[우리가 보는 세상]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을 보면 변주곡이 떠오른다. 실용주의와 국민주권이라는 대주제 아래 멜로디와 리듬이 수시로 바뀐다.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정통 교향곡에 익숙한 공직 사회는 달라진 호흡이 낯설다.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부터 그랬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 저녁 장·차관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했다. 이튿날엔 3시간 40분간 국무회의를 이끌었다. 전 정부 인사들과의 불편한 동거를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국민 뇌리엔 그날 테이블에 오른 '김밥'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보법도 속도도 모두 달랐다.
핵심은 '생중계 정부'다. 속살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국무회의를 날 것 그대로 공개했다. 형식적인 회의록에 존재했던 국무회의는 옛 모습이다. 국무회의가 처음 생중계되던 그날, 어색해하면서도 긴장한 국무위원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부처 업무보고는 또하나의 파격이었다. 모든 부처와 산하기관들의 업무보고가 생중계됐다. 국민이 배심원처럼 발언을 듣고 평가했다. 누군가는 스타가 됐고, 누군가는 악플에 시달렸다.
부처 업무보고가 생중계된 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대통령이 몇몇 부처를 모아 생중계로 업무보고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연초에 몰아서 하는 '이벤트'에 불과했다. 알맹이 없는 연두 업무보고였다.
이번엔 달랐다. 공직자들은 바짝 긴장했다. 굵직굵직하고 새로운 내용이 업무보고에 대거 들어갔다. 긴장감과 책임감을 호소한 이들이 많았다. 공직자들의 긴장감과 책임감은 국가 발전에 건강한 재료들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주권이 구현된 모습이라는 찬사, 대통령의 질책만 두드러졌다는 비판이 상존한다. 그래도 한발의 전진만 있어도 발전에 가까워진다. 국민들이 정책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공직자들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변주는 지금까지 무원칙과 혼란보다 통제된 유연성으로 보인다. 정권 초기의 허니문 기간, 여론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관료 사회도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에선 불협화음이 들린다. 속도전을 위해 연말 업무보고까지 당겼는데, 정작 기획재정부는 혼돈이다. 내년부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진다. 분리는 확정됐는데 기획처 장관이 오리무중이다.
이대로면 기획처는 '수장 공백' 상태로 출범한다. 리더 없는 조직은 인사도 정책 조율도 겉돌 수밖에 없다. 연말 인사를 단행하더라도 조직 내부의 어수선함은 불가피하다. 속도를 강조하는 정부가 장관 공백 상태에서 핵심 경제 부처를 출범시키는 것은 '변주'가 아닌 '이탈'에 가깝다.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라는 확실성 속에서, 최소한의 리스크도 줄여야 한다. 변주곡의 가장 큰 적은 통제되지 않는 유연성이다. 연주가 계속되려면, 박자는 분명해야 한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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