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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기 도입·정비 강화' 안전 올인 LCC…경영효율화 없인 지속 불가능

이데일리 정병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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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제주항공 참사 1주기
29일 제주항공 참사 발생 1주기…진상규명 특위 출범
새 비행기 들이고 정비 강화…LCC 안전 노력 '긍정적'
항공사 경영부실 지속…안전 지속하려면 수익성 강화
내국인 출국 중심 시장…외국인 '인바운드' 고객 늘려야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가 오는 29일 1주기를 맞는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 항공 안전에 대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난 가운데 사고 진상 규명은 난항을 겪었다. 최근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우리 항공 산업이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더 필요한 과제는 없는지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이휘영 교수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이휘영 교수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이휘영 교수·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태국 방콕발 전남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벗어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했다. 탑승객·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참사였다. 다시 한 번, 삼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위로·보상이 원활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사고 진상규명은 난항을 겪어 왔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부터 유가족을 배제한 조사 절차, 발표 방식 등을 둘러싸고 유가족 반발이 심하면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이 의결되며 내년 1월 31일까지 특위 활동이 시작했다. 특위는 객관적인 진상 규명에 힘 써야 할 것이다.

참사 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우리 항공안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항공사들은 열악한 정비 환경에서 빡빡한 운항 스케줄을 소화해 왔고 이 참사로 그 민낯이 드러났던 것이다.

새 비행기 들이고 정비 강화…안전에 힘주는 LCC

12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참사진상규명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양수 특위 위원장이 회의를 개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2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참사진상규명을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양수 특위 위원장이 회의를 개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국내 항공사들은 안전 개선을 위해 무엇을 취했을까. 다행히 LCC를 중심으로 여려 개선 조치가 이뤄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원래는 ‘일이 벌어진 뒤에야 수습한다’는 부정적인 뜻이었지만 현대에는 ‘뒤늦게라도 고치는 게 다행’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미리 고쳤더라면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깝지만 또 다른 참사 방지를 위해 사후 조치를 열심히 하고 있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우선 항공사 상당수가 평균 기령을 대폭 낮췄다. 기체가 젊을수록 고장 가능성이 낮고 정비 주기가 길어 지연·결항과 정비비를 줄이며 하루 가동시간을 늘릴 수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6대의 B737-8 구매기 도입을 완료하며 평균 기령이 2024년 15년에서 올해 12.9년으로 대폭 하향했다. 제주항공이 현재 보유한 43대의 여객기 중 차세대 항공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8.6%다. 2030년까지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13년에서 12.6년으로, 이스타항공은 8.6년에서 7년으로 낮췄다.

항공기 정비 인력 충원과 프로세스 모두 상당히 가시적인 변화가 있었다. 유지·보수·정비(MRO)를 외부에 위탁했던 LCC가 자체 정비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티웨이항공은 올 1월 약 1522억원을 들여 인천국제공항 인근 약 2만평 상당 부지에 자체 항공기 정비 격납고를 구축 중이며, 이스타항공은 최근 김포국제공항에 약 1700평 규모의 통합 정비 센터를 신설했다.


‘정비 지연율’도 대폭 낮아졌다. 정비 지연율은 항공기 정비 문제로 인한 지연 비율을 나타내며 항공사의 안전성과 정시 운항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제주항공(089590)의 경우 올해 1~11월 정비 지연율은 0.52%로 지난해 같은 기간(0.89%)에 비해 0.37%포인트 감소했다. 기존에는 ‘잠재 정비’가 어려울 정도로 타이트하게 운영했지만 ‘예비 정비’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스케줄이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날로 악화하는 수익성…항공안전의 숨은 적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러나 항공산업의 수익성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수익성은 항공 산업의 존립뿐만 아니라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정비 인력을 늘리고, 새 기체를 도입하더라도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인력 운용과 정비에 여유가 줄어들 수 있다. 출혈 경쟁, 수익성 저하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안 된다.

실제 LCC는 올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3분기 550억원 영업손실을 냈고, 1~3분기 누적으로는 손실 규모가 1295억원에 달했다. 티웨이항공은 3분기 955억원, 1~3분기 누적 2093억원의 손실을 냈다. 자본이 쪼그라들면서 부채비율이 작년 말 1798.9%에서 3분기 4457%로 증가했다.


고질적으로 우리 항공 산업은 ‘출·입국 마진’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연간 출국자 수는 2915만명, 외국인 입국자 수는 18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각각 역대 최고 기록이지만 출·입국자 수 격차가 우리 항공 산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단순히 말해 2900만여명을 태우고 나갔는데 1100만여명만큼 못 태우고 돌아왔다는 얘기다.

우리 항공 업계가 내부 경쟁에 치중해 왔기 때문이다. 대형사를 제외하면, 국내 손님을 해외로 보내는 ‘아웃바운드’에만 집중했지 외국인을 국내로 모시는 ‘인바운드’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 아웃바운드가 치열하니 우리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항공권 가격이 내려가고 이게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저출생 시대에 미래는 더 어둡다. 항공 수요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여행과 출장이 잦은 30~40대인데 지금 10~20대는 인구가 대폭 감소했다. 이들이 30~40대가 되면 아웃바운드 수요는 자연스레 순감하는 것이다.

제주항공 B737-8.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B737-8. (사진=제주항공)


답은 인바운드 수요 개발밖에 없다. 외국인 입국 수요에 대한 시장 개발을 통해 여유로운 재정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처럼 손님이 몰리는 쪽으로 몰려 취항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늘 앞서고 수익성은 떨어진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국내에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며 인바운드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처럼 우리도 해외 고객을 더 많이 유인할 수 있는 정책과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안전을 위한 정비, 신규 기체 도입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기업을 건강하게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이 안전’이라는 다음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 안타까운 참사로 항공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면, 그 다음은 항공산업 정상화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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