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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시인의 ’지금 이 문장’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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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시인의 지금 이 문장

안상학 시인의 지금 이 문장


지금, 이 문장



겨울 여행 l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민음사(2025)

겨울 여행 l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민음사(2025)

희망이라는 것은 대체로 사람을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지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긍정의 힘을 지녔다. 그러나 ‘겨울 여행’ 속의 희망은 가히 악마적이다. 현실적인 극한의 고통으로부터 단박에 해방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으로도 작용한다. 분명코 존재하는 희망의 역설이다. 악을 고발하고 또 그 악 속에서 어떻게 인간성이 파괴되는지를 파헤치는 자우메 카브레식 희망 사용법이다.



희망은 어둠과도 같은, 겨울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한 줄기 별빛이요, 소박한 온기로 작용한다. 길이 보이지 않는, 사방 벽으로 둘러쳐진 현실을 돌파하는 길잡이자 방향타다. 평범한 희망이다. 그러나 악이 일상으로 자행되던 시대를 최악으로 경험한 이 소설 속 인물은 희망을 그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으로 사용한다. 파울 첼란도 수용소 철창으로 스며드는 한 줄기 별빛에서 희망을 찾았지만 그 희망의 마지막 용처는 자신을 소멸로 이끄는 데 사용하였다. 쇼아(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으려고 꿈꾸는 희망과, 살아남은 뒤의 희망이, 이다지도 판이하다니.



루쉰은 단편소설 ‘고향’에서 “희망은 마치 지상의 길과 같은 것이다. 길은 본래부터 지상에 있는 것은 아니다.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때 길은 스스로 나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소설을 번역한 이육사도 이 무렵(33살)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썼다. 그의 시와 삶이 그렇듯 희망의 힘을 믿은 것이다. 왜? 희망은 고통의 반대편에 존재하니까. 그렇다면? 슬픔과 고통이 가득한 여기서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거기로 가야 하니까.



우리 시대의 희망 하나를 꼽자면 지난 겨울밤 거리에서 눈을 맞고 있던 젊은 키세스들의 빛,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웠던 그 빛이다. 희망은 또한 미래의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안상학 시인



안상학 시인

안상학 시인



안상학 시인 l ‘아배 생각’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등의 시집을 냈다. 고산문학대상,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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