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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도 양극화… 엘리트는 환대, 난민은 배제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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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의 출국 심사대. 오늘날 인간이 국경을 넘는 이동은 해당 국가가 발급하는 여권과 비자의 형태로 엄격한 통제를 받는 불가능한 일종의 면허 체계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2025년 1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의 출국 심사대. 오늘날 인간이 국경을 넘는 이동은 해당 국가가 발급하는 여권과 비자의 형태로 엄격한 통제를 받는 불가능한 일종의 면허 체계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이기도 하다.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약 7만년 전 동아프리카를 떠나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이래, 지구 위의 웬만한 지역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주는 지식 전파와 문명 교류로 인류가 번성한 핵심 동력이었다.



지금은 문자 그대로 세계화 시대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세계 이주민 수는 2억8100만명. 세계 인구의 약 3.6%다. 역사상 어느 때보나 국가 간 이동과 여행의 빈도가 높고 규모가 크다. 교통수단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대량 이주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 이주가 자유로운지는 의문이다. 자유로운 이주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이주 장벽을 갈수록 높이고 있어서다. 국민국가 단위의 법과 제도적 장치들, 국제 안보 위협, 정보 비대칭, 빈부의 극단적 양극화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일부다.



이주의 풍경 l 박경환 지음, 성균관대학교출판부, 3만8000원

이주의 풍경 l 박경환 지음, 성균관대학교출판부, 3만8000원


지리학자 박경환 교수의 ‘이주의 풍경’은 바로 그런 ‘포스트 글로벌화’ 시대의 이주 양상을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는 현재를 ‘이주 3.5 시대’로 정의한다. 자본주의 이전 시대의 이주(이주1.0), 유럽 식민주의와 자본주의 시대의 이주(이주2.0), 자본주의의 팽창과 세계화 시대의 초국적 이주(이주3.0) 이후 새롭게 나타난 현상에 주목했다. 초국적 기업 주도의 국제 분업, 신냉전 격화, 보호무역주의 부상, 글로벌 가치사슬 및 공급망 재편, 국지적 분쟁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 특정 지역과 국가가 세계화의 과실을 독점하는 반면, 그 밖의 지역과 집단은 더욱 주변화되고 배제되는 자본주의의 공간적 불균등 발전이 그렇다.



지은이는 “(기존의) 대다수 국제이주 연구가 이주 현상을 개별국가 단위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에 치우쳤다고 비판하고 ‘지리적 접근’을 강조한다. “이주란 균질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무궁무진한 장소의 자유로운 선택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장소들 가운데 지극히 제한된 정착지를 선별, 선택하는” 과정과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를 ‘지리적 결정성’이라고 개념화했다. 현대는 “지형·기후·토양 등 자연지리적 결정성이 약화된 반면, 소득수준·일자리·삶의 질·안전과 같은 인문지리적 결정성이 이주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지은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불평등 탓에 국제이주도 ‘위로부터의 이주’와 ‘아래로부터의 이주’로 양극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자본·기술·지식을 가진 엘리트 계층은 투자이민·유학·취업 등 다양한 경로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환영받는다. 반면, 전쟁·박해·빈곤·자연재해 등 원치 않는 이유로 고향을 등진 난민이나 선진국의 노동력 부족을 메우는 한시적 이주노동자들은 철저한 감시와 배제, 차단의 대상이다. 오늘날 국민국가들의 이주 정책이 단순한 국경 통제를 넘어 국가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고 있으며, 이른바 ‘불법 이민자’가 정확히는 ‘불법화된 이민자’라는 통찰이 날카롭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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