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이지윤 인터뷰]
중3·고2 때 청소년대표팀 인연이 프로까지 이어져
'막내급' 듀오, 중앙 책임지며 팀 성적 견인
李, 완벽한 경기력으로 배유나 공백 완전히 지워
'블로킹 2위' 金, 여자배구 센터 계보 이을 적임자
"성인 대표팀서 국제대회 경험하며 많이 배웠다"
올 시즌 통합우승 후 베스트7·영플레이어상 도전
"우리가 다시 만나 한 팀에서 뛰다니 너무 신기하죠."(김세빈) "정말 꿈만 같아요."(이지윤)
지난 17일 경기 수원시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한국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20)과 이지윤(18)은 프로 무대에서 다시 만난 순간을 떠올리며 달뜬 표정을 좀처럼 감추지 못했다.
두 선수의 인연은 각각 한봄고 2학년, 중앙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2년 U-18(18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에서 시작됐다. 이후 김세빈이 202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이지윤도 2년 뒤인 지난 9월 전체 1순위로 각각 도로공사에 입단하며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김세빈은 "처음 봤을 때 키(188㎝)도 크고 서로 성격도 비슷해서 '프로에서 같이 뛰면 참 좋겠다' 생각했는데, 같은 팀에서 다시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웃었다. 그러자 이지윤은 한술 더 떠서 "도로공사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김세빈) 언니랑은 운명이구나' 싶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중3·고2 때 청소년대표팀 인연이 프로까지 이어져
'막내급' 듀오, 중앙 책임지며 팀 성적 견인
李, 완벽한 경기력으로 배유나 공백 완전히 지워
'블로킹 2위' 金, 여자배구 센터 계보 이을 적임자
"성인 대표팀서 국제대회 경험하며 많이 배웠다"
올 시즌 통합우승 후 베스트7·영플레이어상 도전
김세빈(왼쪽)과 이지윤이 17일 경기 수원시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에서 본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우리가 다시 만나 한 팀에서 뛰다니 너무 신기하죠."(김세빈) "정말 꿈만 같아요."(이지윤)
지난 17일 경기 수원시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한국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20)과 이지윤(18)은 프로 무대에서 다시 만난 순간을 떠올리며 달뜬 표정을 좀처럼 감추지 못했다.
두 선수의 인연은 각각 한봄고 2학년, 중앙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2년 U-18(18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에서 시작됐다. 이후 김세빈이 202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이지윤도 2년 뒤인 지난 9월 전체 1순위로 각각 도로공사에 입단하며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김세빈은 "처음 봤을 때 키(188㎝)도 크고 서로 성격도 비슷해서 '프로에서 같이 뛰면 참 좋겠다' 생각했는데, 같은 팀에서 다시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웃었다. 그러자 이지윤은 한술 더 떠서 "도로공사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김세빈) 언니랑은 운명이구나' 싶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두 선수에게 올 시즌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같은 팀이 된 첫 시즌부터 막내급 선수 둘이 팀 중앙을 책임지며 구단 통산 두 번째 통합우승(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우승) 도전에 큰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도 말해준다. 김세빈은 24일 현재 여자부 △블로킹 2위 △이동 공격 2위 △속공 8위에 올라있고, 이지윤 또한 이동 공격에서 김세빈과 공동 2위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또 상대를 흔드는 플로터 서브도 일품이다. 이들의 맹활약 속에 도로공사는 단독 선두(승점 37·14승 3패)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지윤이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팀 성적이 좋다 보니, 경험이 많지 않은 우리도 시너지 효과를 얻어서 덩달아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세빈의 말에 겸손함과 여유가 동시에 묻어났다. 그는 "감독님과 언니들 모두 많이 도와주지만, 지윤이도 아주 듬직해서 큰 힘이 된다"며 "갓 입단한 신인인데, 어려운 순간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경기를 치르는 모습은 배우고 싶을 정도"라고 이지윤을 추켜 세웠다.
이지윤은 그러나 "실수하고 나면 그 장면이 계속 떠올라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우왕좌왕하기도 한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표정 변화 하나하나가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도 일부러 더 많이 웃고, 더 크게 소리 지르려 한다"며 '포커페이스의 내막'을 털어놨다.
사실 도로공사의 주전으로 확고히 입지를 굳힌 김세빈과 달리, '새내기 중의 새내기' 이지윤의 활약은 뜻밖의 수확이다. 배테랑 미들블로커 배유나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며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지난 10월 25일 흥국생명을 상대로 치른 데뷔전에서 10득점을 올렸고, 지난달 23일 GS칼텍스전에선 블로킹 6개 포함 12득점으로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작성하며 단숨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지난 23일 GS칼텍스와의 풀세트 접전 상황에서 마지막 블로킹을 책임지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은 것도 이지윤이다.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들뜰 법도 한데, 이지윤은 도리어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경기를 치를수록 상대가 나를 더 많이 분석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자신을 낮췄다.
김세빈이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이지윤이 팀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면, 김세빈은 한층 완성된 경기력으로 코트 중앙을 지키고 있다. 데뷔 3년 차에 벌써 리그 정상 자리를 넘보고 있다. 블로킹 득점만 57점으로, '레전드' 양효진(현대건설)에게 무려 9개 차로 앞서며 리그 2위다.
이런 성장의 이면에는 국제 무대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됐다고 한다. 김세빈은 2025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무대를 경험했다. 김세빈은 "사실 그동안 블로킹이 조금 엉망이었다. 그런데 다른 팀 베테랑 언니들뿐 아니라 외국인 감독님과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국 선수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블로킹 손 모양이나 팔을 뻗는 자세 등 세세한 부분을 많이 교정했다"면서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으나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선수의 가파른 성장은 오래전부터 '센터 명가'로 불린 도로공사에도 고무적인 일이다. 이보람과 하준임을 시작으로 장소연(현 페퍼저축은행 감독), 정대영, 그리고 배유나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고 미들 블로커들이 이 팀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김세빈, 이지윤 역시 명가의 계보를 이을 적임자로 거론된다. 나아가 양효진 이후를 우려해 온 국가대표팀의 현실을 떠올리면, 리그를 넘어 여자배구 전체로도 반가운 신호다.
김세빈(왼쪽)과 이지윤이 17일 경기 수원시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에서 본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두 선수의 올 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우선 팀의 통합 우승을 달성한 뒤 김세빈은 '베스트 7'에, 이지윤은 '영플레이어상'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숫자와 경기력 모두 그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세빈은 "(올 시즌 신인으로 입단한) 내 친구들도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거론되지만, 우리 지윤이가 훨씬 압도적이지 않나요? 꼭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후배에게 힘을 실었다. 이어 "앞으로도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시즌을 잘 마무리해 보자"며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넸다. 이지윤 역시 "언니가 언젠가 '사람들에게 배구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화답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