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美필리조선소 인수 1년
美해군 2054년까지 66척 목표
협업·물류 등 최적 입지 자랑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을 건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건조역량도 충분하다."(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
한화가 한미 조선업 협력의 거점으로 떠오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인수 1년을 맞아 미 해군의 핵잠건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군력 재건 프로젝트 '황금함대' 구상의 차세대 호위함 건조 파트너로 한화를 직접 언급하고 나선 가운데 군함건조를 넘어 국제안보전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핵잠 건조 협력의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미 해군 소장 출신으로 함정프로그램 총괄책임자를 지낸 앤더슨 사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 해군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작업을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의 미국 내 조선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앤더슨 사장이 언론에 한화 필리조선소의 핵잠 생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사장(왼쪽)이 22일(현지시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CSO). /필라델피아(미국)=심재현 특파원 |
미 해군은 2054년까지 버지니아급 핵잠을 66척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현재 24번함까지 취역했으나 20년 안에 나머지 40여척을 건조하기 위해선 믿을 만한 건조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다. 더구나 기존 핵잠의 3분의1이 정비 중이거나 정비대기 중으로 알려져 2030년대엔 전력공백까지 우려된다.
앤더슨 사장은 필리조선소를 미국 핵잠 생산능력 제고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에서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건조하는 코네티컷 HII 뉴포트뉴스, 버지니아 GE 그로턴 조선소와 인접해 협업과 부품 및 모듈운송에 유리한 최적의 입지라는 것이다. 미 해군 원자로국과 해군 핵추진 프로그램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앤더슨 사장은 "미 해군 잠수함 생산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한국 조선소의 강력한 공급망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상선과 군함을 동시에 건조하는 '듀얼 유스' 전략도 염두에 뒀다.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CEO(최고경영자)는 "상선분야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군 함정 등 군용선박 건조까지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군함건조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유지해 민수와 군수물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방침이다.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CSO(최고전략책임자)는 "미국은 동맹과 협력해 핵잠을 건조하고 이같은 전략자산을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며 "한화가 버지니아급 핵잠을 만들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골리앗 크레인에 '한화'(HANWHA)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필라델피아(미국)=심재현 특파원 |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의 핵잠이 건조되면 한국형 핵잠사업에도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미국 핵잠설계·생산·시험·정비 등에 투입되는 전문가들을 통해 핵심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조종우 필리조선소장은 "국내 협력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과 지역산업 전반의 동반성장도 기대된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사업을 부산·경남지역 16개 조선소 및 협력업체와 함께 진행한다.
필리조선소는 대대적인 시설투자를 진행 중이다. 선박을 건조할 도크 2기 추가인수에도 착수했다. 선박건조에 필수인 골리앗크레인도 현재 600톤 규모 1기에 더해 1000톤 규모의 1기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인수 이후 1년 동안 들인 공력이 이미 상당하다. 지난 7월 기자가 필리조선소를 찾았을 땐 산만하던 조선소 곳곳이 일사불란하게 정리됐다.
필리조선소 관계자는 "한화가 인수하기 전엔 자재를 쌓아두고 방치한 골리앗크레인 하부 헤비존을 정비해 선박블록을 조립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생산력이 2배 이상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화는 내년까지 핵심설비 23%를 교체하는 등 노후설비를 줄여 생산성을 보다 제고할 계획이다.
필라델피아(미국)=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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