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 바꾼 트럼프-케네디 센터. 사진=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워싱턴DC의 대표적 문화기관인 케네디센터 건물 외벽에 추가되면서 20년 넘게 이어져 온 크리스마스이브 재즈 콘서트가 전격 취소됐다.
CNN,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들은 케네디센터에서 해마다 열려온 연말 재즈 공연은 공연 진행자인 재즈 음악가 척 레드가 직접 취소를 결정했다. 레드는 백악관이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케네디센터 명칭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케네디센터 웹사이트에도 해당 공연은 '취소'로 표시됐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부터 케네디센터 외벽에는 '도널드 J. 트럼프 &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라는 명칭이 걸렸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직접 구성한 이사회가 이를 승인했다고 설명했지만, 학계와 문화계에서는 명백한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케네디센터는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이듬해 미 의회가 제정한 법에 따라 '케네디 대통령을 기리는 살아 있는 기념관'으로 규정돼 있다. 해당 법은 이사회가 케네디 외 다른 인물을 기리는 기념관으로 센터를 바꾸거나, 다른 인물의 이름을 건물 외부에 표기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전직 하원 역사학자 레이 스목 등은 "어떠한 명칭 변경도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인 케리 케네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면 그의 이름을 건물에서 제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법적 다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당시 케네디센터를 거의 찾지 않았지만, 재집권 이후에는 이례적으로 적극 개입하고 있다. 센터 수뇌부를 교체하고 이사회를 전면 개편한 데 이어, 본인이 직접 이사장을 맡았으며 올해 케네디센터 공로상 시상식도 직접 주최했다. 대통령이 주로 관객 역할에 머물러 온 기존 관행을 깬 행보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문화기관 전반에서 이른바 '워크(woke) 문화'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해 온 정치적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케네디센터의 변화는 문화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미국 내 정치·이념 갈등의 단면이라는 평가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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