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이번 현지지도에는 딸 주애가 동행했다. 통신은 구체적인 방문 시점과 장소를 밝히지 않았으나 함경남도 신포조선소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이 현재 건조 중인 8700t급 핵잠수함의 전체 외관을 처음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 중 하나인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 무기’의 개발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자신들이 수중 핵전력까지 갖춘 불가역적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려는 측면도 있다.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이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잠수함이 8700t 규모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건조 공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건조 중인 잠수함의 외관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잠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음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적인 건조 단계로 봤을 때 핵잠 모듈 등이 잠수함 내부에 들어간 상태로 볼 수 있다”면서 “최고지도자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원자로 탑재가 끝난 완전한 선체 실루엣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면 북한의 핵잠 실전 배치가 우리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듈은 원자로·터빈·냉각기관 등 핵잠수함 추진 기관의 중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는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지속 추적하는 가운데, 북한의 공개 보도 내용을 포함해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가 퇴역한 핵잠에서 원자로를 통째로 떼 북한에 넘겨줬을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군 당국은 지난 9월에도 “최근 러·북 군사협력 강화는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 기술 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2025년 9월 17일자 1면〉
다만 정부 안팎에선 신중론도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정보 당국은 러시아 핵 모듈이 북한에 넘어갔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공개하는 것과 실전 배치는 다른 얘기”라면서 “기술 구현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만큼 러시아로부터 소형 원자로 기술을 받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미사일 관련 구조물이 선체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초도함에서는 디젤 전기 추진식을 채용할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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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잠 트집잡은 김정은, 실전배치는 북이 더 빠를 수도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24일 동해상에서 신형 고공 장거리 반항공(대공)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쌍안경으로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
김정은은 기존 핵무력 강화 방침도 재차 확인했다. “적들이 (중략) 군사적 선택을 기도한다면 가차 없는 보복 공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 없이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또 “절대적 안전 담보인 핵방패를 더욱 강화하고 그 불가역적 지위를 굳건히 다지는 것은 우리 세대의 숭고한 사명이고 본분”이라고도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상 핵 시설이 파괴되더라도 수중에서 보복 타격이 가능한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짚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북한의 전략핵 잠수함은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미 본토에 핵보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공개한 핵잠을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이라고 지칭하면서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핵동력은 핵추진을, 전략 유도탄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핵무기를 갖춘 핵추진 전략잠수함(SSBN)을 건조 중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은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SLBM 10기 탑재 가능성과 함께 함수에 수평 어뢰 발사관 6문이 식별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에서는 방사소음을 줄이기 위한 신형 중어뢰와 해저기뢰로 추정되는 수중 무기체계도 함께 포착됐다고 KODEF는 덧붙였다.
또 김정은은 한국의 원잠 건조에 대해 “우리 국가의 안전과 해상 주권을 엄중히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라면서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원잠 대 핵잠’ 구도를 부각해 자신들의 핵무기 고도화와 해군 핵무장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방성은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 환경에 엄중한 핵불안정 요소를 항구적으로 고착하려 하고 있다”며 미 해군의 공격형 핵추진잠수함 ‘그린빌함’(6900t급)의 지난 23일 부산 작전기지 입항을 강하게 비난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은 끝났음을 재차 선언한 것”이라면서도 “대신 미 본토를 겨냥한 SLBM을 지렛대 삼아 ‘핵 군축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
한편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신형 고공 장거리 반항공(대공)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해당 미사일은 200㎞ 계선의 가상 고공 목표를 명중한 뒤 소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겨냥해 국방 분야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정영교·윤지원·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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