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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원잠, 연료 확보도 못했는데… 北은 핵무기까지 장착 ‘초읽기’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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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잠’ 공개] 北 “8700t급 핵공격 잠수함 건조”
북한은 25일 8700t급의 핵 추진 잠수함을 새로 건조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핵전략 공격 잠수함’ 등의 명칭을 사용했다. 이는 핵연료를 추진 동력으로 해서 장시간 잠항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북한은 2023년 9월 ‘김군옥영웅함’을 ‘핵 공격 잠수함’이라고 공개했는데, 디젤 연료 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하겠다는 뜻이었다.

우리 정부가 건조하려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은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고 핵연료를 동력으로만 활용한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하고 있어 90%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잠수함 연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라늄 농축 권한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우리는 20% 이하 저농축 우라늄을 미국에서 수입해 연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고농축 우라늄은 잠수함이 퇴역할 때까지 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 저농축 우라늄은 10년쯤마다 연료 교체가 필요하다.

북한이 건조 중인 잠수함의 실제 성능이나 실전 배치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북한이 SSBN을 전략화하면 우리가 도입 추진 중인 원잠과는 공격력 측면에서 비교되지 않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군과 정부는 이날 북한의 주장에 대해 아무 입장도 내지 않았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전문가들 “미 본토 사정권”

북한이 주장한 배수량 ‘8700t급’은 미국·러시아·중국 SSBN보다는 작고 공격형 핵추진잠수함(SSN)보다는 큰 수준이다. ‘함교’로도 불리는 세일의 형태 등을 보면 SLBM 10기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유례를 찾기 힘든 기형적 형태”라며 “북한이 핵잠에 대형 SLBM을 탑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도 “장거리용 SLBM을 삽입하기 위해 세일을 뒤로 길게 뽑은 것 같은데 함체 균형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여러 SLBM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북극성-6형과 같은 신형 SLBM을 발사하면 “미 본토가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의원은 “유사시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하더라도, 북한이 탐지하기 어려운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해 미 본토에 핵 보복 공격을 할 가능성이 생겼다”며 “그런 능력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임 위원은 “장거리 신형 SLBM을 탑재한 북한 핵잠이 동해로 진출 시, 미 서해안과 태평양 등이 사거리 내에 들어오게 된다”고 했다.


북한이 공개한 핵잠은 선두 전면부에 어뢰 발사관 6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날 신형 중어뢰와 해저 기뢰로 추정되는 신무기도 공개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은 “신형 중어뢰는 어뢰 탐지를 어렵게 하기 위해 방사 소음을 줄인 펌프 제트 방식으로 개발 중인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원잠보다 빠른 北 핵잠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의 형상이나 배수량 등이 러시아의 퇴역 SSBN인 아쿨라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퇴역한 핵잠에서 소형 원자로를 넘겨줬거나 기술을 이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잠 건조 단계로 볼 때 소형 원자로 등 핵심 장비가 장착된 뒤 외피를 결합한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외형 완성 후 남은 단계는 계통 연결 시험, 진동·소음 시험, 핵연료 장전, 시운전 및 실출력 운전 등으로 추정된다.


이대로라면 북한 핵잠이 우리 원잠보다 이른 시기에 전력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배수량 5000t급 이상 원잠을 2030년대 중반 이후 4척 이상 건조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업무 보고에서 원잠 건조를 위한 미국과의 핵연료 이전 협상을 2년 내에 끝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원잠이 실전 배치되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방미를 마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4일 “(원잠 연료 이전을 위한) 한미 간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미국과)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초 미 측 실무 대표단이 방한해 본격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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