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정안'이 가결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데 대해 그간 민주당과 공조해 온 범여권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음모론을 퍼뜨리는 일부 유튜버를 규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으로 불리는 민주당 개정안은 소송 남발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진보당 손솔 수석대변인은 25일 “가짜 뉴스 규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진실을 말할 자유’와 ‘권력 감시’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소홀히 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입법 취지를 설명하면서 “(민주당) 대표 시절에 이재명 대통령이 겪은 공격은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며 정치인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자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앞서 언론 단체들은 정치인·대기업·권력자 등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자에서 제외하라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의당 이어 진보당도 “민주당, 진실을 말할 자유 훼손”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기존 법률의 ‘불법 정보’ 외에 ‘허위 조작 정보’까지 그 유통을 금지한 것이 골자다. ‘손해를 가할 의도’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를 인터넷에 유통하면, 이를 유포한 언론사·유튜버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게 했다. 배상의 요건이 추상적이라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언론계, 학계는 물론 범여권 정당, 시민단체에서도 나왔다.
개정안은 허위 조작 정보 유통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할 때, ‘증명이 어려운 손해’에 대해서도 법원이 최대 5000만원까지 인정할 수 있게 했다. 또 법원이 허위 조작 정보로 확정한 정보를 두 번 이상 유통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최대 1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당초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없앴다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최종안에 남겼다.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의 경우 처음엔 ‘친고죄’를 적용하기로 했다가, 결국 그 내용이 빠졌다. 친고죄는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원해야 수사·기소·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범여권 등에선 이에 대해 “징벌 배상은 강화하면서, 언론 보도로 인한 ‘형사 처벌 리스크’는 그대로 뒀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법안에 반대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범여권으로 평가되는 정당 가운데서도 조국혁신당을 제외한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의원들은 당일 표결에서 반대, 기권했다.
원외 정당인 정의당도 24일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 법의 위헌성과 우려점들에 대해 숱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민주당은 일부 조항만 땜질하는 수준으로 최종안을 상정했다”며 “‘권력자의 언론 입틀막 소송법’이라는 본질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시민·언론 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국가가 나서 허위 조작 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단체들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와 ‘허위 사실 명예훼손’ 친고죄 전환 등 정보통신망법과 관계 법령 재개정을 촉구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자, 국민의힘은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개정안에 대해) 친민주 성향 시민단체들마저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밀어붙였다”며 “자신들과 다른 논조의 언론과 유튜버에게는 재갈을 물리고, 친민주당 매체에는 독과점에 가까운 안전지대를 만들어 주려는 계산이 읽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이러한 횡포가 좌파 독재 국가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여권에서는 법 일부 조항을 재개정하더라도 이 대통령이 정보통신망법에 대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일부 범여권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통과시킨 법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법안 자체를 가로막으며 당과 충돌하는 모양새를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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