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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셀프조사 결과 기습 발표… 정부 “확인 안된 주장, 강력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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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패싱하고 유출범 자체 조사
“3000명만 정보 유출” 피해 축소
연합뉴스25일 서울의 한 주차장에 쿠팡의 배달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쿠팡은 고객 33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이날 “정보 유출자로 지목된 중국인 퇴직 직원이 접근한 계정의 수는 3300만개이지만 실제 그가 저장한 것은 3000여 개 고객 계정의 개인 정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25일 서울의 한 주차장에 쿠팡의 배달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쿠팡은 고객 33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이날 “정보 유출자로 지목된 중국인 퇴직 직원이 접근한 계정의 수는 3300만개이지만 실제 그가 저장한 것은 3000여 개 고객 계정의 개인 정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 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재하는 쿠팡 사태 긴급 회의를 불과 20여 분 앞둔 오후 3시 40분경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대해 “민관 합동 조사단의 확인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발표”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쿠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고, 유출자는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유출자는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했으며 고객 정보 중 제3자에게 전송된 데이터는 없는 것으로 포렌식 조사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쿠팡의 발표 직후 과기정통부는 “정보 유출 종류 및 규모, 유출 경위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이지만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이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역시 “지난 21일 쿠팡 측에서 피의자의 진술서와 범행에 사용된 노트북 등 증거물을 임의 제출받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용범 실장 주재 회의는 ‘매우 엄중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특히 쿠팡이 이번 사건을 ‘한미 간 외교·통상 이슈’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미국 정가에 로비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공유됐다고 한다. 정부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운영 중인 범부처 TF(태스크포스)를 과기부총리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 “통상 이슈처럼 美 로비하는 쿠팡에 분노… 법 어겨놓고 뻔뻔”

쿠팡은 25일 “(중국인) 유출자가 쿠팡 고객 정보에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 드라이브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모두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또 “3300만 고객 계정의 개인 정보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것은 3000개 계정의 개인 정보(이름·이메일·전화번호·주소·일부 주문 정보)와 2609개의 공동현관 출입 번호였다”고 발표했다.

◇유출자 조사, 정부 패싱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출자는 쿠팡 측에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진술했다는 게 쿠팡의 주장이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이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범행에 사용된 PC·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 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에 항의와 유감을 표명했다.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했다.

특히 쿠팡이 유출자로 지목된 전직 직원을 정부·수사기관과 협의 없이 단독 접촉해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점을 두고 “범죄 사건을 기업이 자체 조사로 처리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은 “관련 자료를 확보한 즉시 정부에 제출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수사 대상자끼리 접촉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의 설명에 의문이 남는 대목도 적지 않다. 쿠팡은 “단독 범행이고 제3자 전송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경찰이 앞서 “협박 메일에 사용된 IP가 2개였다”고 밝힌 바 있어 단독 범행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유출자가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버렸다”고 했지만 추가 저장이나 제3자 공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인인 유출자가 수사기관도 아닌 쿠팡과 굳이 접촉해 범죄 사실을 인정한 이유도 불명확하다.

◇대통령실 분위기 ‘매우 강경’

한편 이날 오후 4시 대통령실에선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쿠팡 관련 긴급회의가 열렸다. 과기부·외교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경찰 등 관계 부처가 모두 참석했으며, 회의 분위기는 “매우 강경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쿠팡이 실정법을 위반하고도 잘못한 것 없다는 식의 뻔뻔한 태도를 보인다”면서, “특히 쿠팡이 이번 사건을 ‘한미 간 외교·통상 이슈’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미국 정가에 로비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회의에서 공유됐다”고 전했다. 회의에 외교부가 참석한 것도 쿠팡 측의 미국 조야에 대한 로비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쿠팡 관계자를 절대 접촉하지 말라는 지침도 내려졌다. 행정관급 이상이 쿠팡 관계자를 접촉한 경우는 전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이날 긴급회의 소집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업무 보고에서 “이번에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도 규정을 어기지 않았느냐”고 했고, 다음 날엔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 직후 정부는 현재 류제명 과기부 제2차관이 팀장인 범부처 TF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확대 운영해 쿠팡 사태에 대한 대응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적 잣대만으로는 처벌이 애매한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간 쿠팡이 보여준 비협조적 태도 등에 대해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기류가 매우 강하다”고 전했다. 한편 쿠팡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며 “고객 보상 방안을 조만간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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