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중랑구 디스플레이허브 본사에서 직원들과 자녀들이 웃고 있다. 이 회사는 재택근무, 금요일 오후 3시 조기 퇴근 등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제도를 운영해 지난 5월 고용노동부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장관상을 받았다. /박성원 기자 |
전광판 업체 디스플레이허브는 직원 34명이 일하는 중소기업이다. 전광판을 만들고 설치하는 회사로, 직원 82%(28명)가 남성이다. 회사는 남성 직원들이 가정에도 충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제도를 운영해 지난 5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장관상을 받았다.
중학생·초등학생·유치원생 삼 형제를 키우는 김규원(50) 부사장은 ‘유연 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30분씩 늦춰 오전 9시 30분에 출근, 오후 6시 30분에 퇴근한다. 김 부사장은 “아침에 아들 셋을 준비시키는 게 벅차서 유연 근무제를 쓰게 됐다”며 “막내는 출근길에 직접 유치원에 데려다준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디스플레이허브에 근무한 지 11년째다. 지난해 늦은 나이에 육아 휴직을 했다. 아이 셋을 혼자 보느라 지쳐가는 아내를 보면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대표부터 회사 전체가 직원 육아를 배려하는 분위기라 결심할 수 있었다”면서 “2개월 간 짧은 휴직이었지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내와 데이트도 하면서 가정 분위기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했다.
하묵담(44) 솔루션영업팀장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거래처로 출근하거나 재택근무한다. 집이 인천이라 서울 중랑구 본사까지 왕복 3시간씩 출퇴근을 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영업직이다 보니 외근이 많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허브는 매니저급 이상은 재택근무 등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 팀장은 회사로 출근하는 날에도 유연 근무제를 활용해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한다. 덕분에 아침마다 아내와 아내의 직장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들을 데려다주고 회사에 온다. 하 팀장은 “회사의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를 보고 입사를 결심했다”면서 “지난해 둘째가 태어나 배우자 출산휴가를 썼는데 그때 회사의 배려를 체감했고 더 오래 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커졌다”고 했다.
직원들은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제도가 ‘가족 돌봄 휴가’ 제도다.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거나, 학교에 참관 수업을 가야 할 때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유급 휴가인 데다, 횟수 제한도 없다.
네 살, 여섯 살 자매를 키우는 기술영업1팀 정석찬(27)씨는 “가족 돌봄 휴가를 신청하지 않아도 아이가 아프면 상사들이 먼저 ‘가정이 우선이니 일찍 퇴근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기술 본부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지난 10월 사무직이 됐다. 엔지니어 때 현장 출장이 많았는데, 어린 자녀를 키우기 적합한 사무직 전환을 회사가 먼저 제안했다. 그는 “많은 회사를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주변 지인 사례를 보면 우리 회사는 일과 가정생활을 함께하기 매우 좋다”면서 “오히려 가정 사정을 먼저 말하지 않으면 상사들에게 혼날 정도로 배려해준다”고 말했다.
2022년 1월부터 매주 금요일 ‘가족 사랑의 날’에는 모든 직원이 오후 3시에 퇴근한다. 직원들은 퇴근 후 대부분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정석찬씨는 아이들과 같이 주말 가족 계획을 세우고, 하묵담 팀장은 아이와 키즈카페에 자주 간다. 김규원 부사장은 빨래·청소 같은 집안일을 주로 한다고 한다.
디스플레이허브는 여성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입사한 경영본부 김진솔(33)씨는 ‘경력 단절 여성’이었다. 2021년 출산 후 직장을 그만뒀는데 이후 재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아이가 어려서 쉽지 않았다. 그래서 주로 아르바이트만 하다, 디스플레이허브에 재취업한 것이다. 그는 현재 법정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해 오후 4시에 퇴근해서 딸을 돌본다. 디스플레이허브는 지난해 처음 여성 엔지니어를 채용하기도 했다.
1년에 한 번씩 직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도 열고 있다. 매년 11월 열리는 ‘가족의 날’ 행사에 직원 가족들을 초대해, 각종 게임과 함께 경품 행사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회사는 한 해 동안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을 포상하는 동시에 직원 가족에게 회사 업무를 설명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도 소개한다.
[정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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