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키 도모코 도쿄 특파원 |
수도권 등에선 중학교 입시도 열기가 대단하다. 선행 학습이나 탐구 활동 등 독자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사립중학교가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 피크는 2월 1일이다.
필자도 내년에 ‘고3 엄마’가 된다. 앞으로 1년 동안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도쿄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졸업생 5명이 참여한 토크 세션이 열렸다. 모두 대학 1학년 남학생으로, 재학 당시 부카쓰(동아리 활동)와 공부를 어떻게 양립했는지 등 구체적인 경험담을 들려줬다.
지난 2월 일본 도쿄대 교문 앞. 수험생과 학부모들로 붐비고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
참석한 약 300명의 학부모는 열심히 듣고 기록했다. 1시간을 넘겨 다양한 질의응답이 진행되면서, 솔직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5명 중 4명은 도쿄대가 1지망이었다. 이 중 합격한 사람은 단 1명, 나머지 3명은 2~3지망이었던 사립대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도쿄대에 대한 열정이 부족했다”고 털어놓은 A씨는 5명 중 입시 난이도가 가장 낮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투나 사고방식은 가장 어른스럽고 당당하게 보였다. 과연 얼마나 훌륭한 부모가 키워주셨나 궁금했다.
“공부가 잘 안 됐을 때의 에피소드”라는 질문이 나오자 A씨는 이렇게 답했다. “입시가 실패로 끝나면서 부모님께 사과 메일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건강하게 잘 살아주기만 하면 된다’는 답장이 와서 큰 위로가 됐어요.” 결과와 상관없이 부모가 따뜻하게 받아준 덕분에 긍정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것이다.
그의 말은 이렇게 이어졌다.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웃으며 살아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어요. (일본 속담인) ‘웃는 집에 복이 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학, 중·고등학교 수험 결과는 도쿄에서 벚꽃이 피기 조금 전에 나온다. 험하고 긴 ‘겨울’을 극복하고 포근한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일본에선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벚꽃이 핀다’고 표현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건강히 잘 마무리된 것만으로 충분히 ‘벚꽃이 피었다’고 생각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년은 A씨의 모습을 가슴에 새기며 보내야 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오누키 도모코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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