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인천공항에서 1850만번째 방한 관광객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장진영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 방한 외래객 수를 1870만명으로 예상했다. 기존 최고치였던 1750만명(2019년)을 훌쩍 넘어서는 기록이다.
신재민 기자 |
K컬처의 영향 때문일까. 요즘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르다. 꼭 한국인처럼 먹고 마시고 논다. 경복궁·명동·남산으로 대표되는 뻔한 관광 코스를 따르지 않고 한국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서울 곳곳을 다니며 외국인이 즐기는 ‘한국인 놀이’의 현장을 확인했다.
등뼈살 발라먹고…성수 올영에 외국인 가득
오전부터 내외국인으로 북적이는 성수동. 최승표 기자 |
18일 오전 10시 서울 지하철 성수역 3번 출구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긴 줄이 섰는데,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이 많은 외국인은 오전부터 어디를 가는 걸까.
코로나 팬데믹 전만 해도 성수동은 카페 투어 명소로 통했다. 카페를 순례하는 청춘으로 북적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카페는 여전히 많지만, 지구촌 음식을 파는 식당, 관광기념품점, 패션·뷰티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도 못지않게 많다. 외국인의 관광 상권으로 탈바꿈했다는 뜻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성수동 2가 1동은 올 1~9월 외국인 카드 소비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0% 증가했다. 5층 규모의 ‘올리브영 N성수’가 외국인이 지갑을 가장 많이 연 곳 중 한 곳이다. 매장에 들어가 봤더니, 매장을 가득 메운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요즘 외국인은 쇼핑만 하지 않는다. 한국인처럼 먹고 한국인처럼 논다. 경기도 의정부의 약과 전문점 ‘장인한과’는 올해 성수동에서 몇 차례 팝업 행사를 치러본 뒤 아예 매장을 냈다. 성수동 매장의 손님 60% 이상이 아시아 관광객이란다.
성수동의 떡 전문점 ‘가치’의 관계자는 “서양인은 대체로 한국 떡의 쫀득한 식감을 거북해했는데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떡과 한과를 찾는다”고 말했다.
한국을 여행할 때마다 감자탕을 먹는다는 중국인 20대 여행객. 최승표 기자 |
점심시간 ‘소문난성수감자탕’도 외국인으로 가득했다. 중국 항저우에서 왔다는 리잉(20)은 돼지 등뼈 살을 바르며 “네 번째 한국 방문”이라며 “올 때마다 감자탕을 먹는다”고 말했다.
홍대 앞 PC방 몰려온 유럽인들 ‘엄지 척’
홍대 인근 한옥 카페에서 한국 전통 차와 간식을 즐기는 독일 여행객의 모습. 최승표 기자 |
이번에는 홍대 입구의 한옥 카페 ‘신이도가’를 방문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온 요한나 바우머(20)가 대추차에 감자빵과 인절미 토스트를 맛보고 있었다. 그는 “난생처음 한국 전통 차와 간식을 맛봤다”며 “건강한 맛이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홍대 앞 PC방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유독 많다. 최승표 기자 |
요즘 외국인은 ‘K놀이’에도 푹 빠졌다. 방탈출 카페, PC방, 오락실을 한국 여가 체험 공간으로 즐긴다. 홍대 입구에 자리한 ‘T1 베이스캠프’가 외국인의 K게임 성지로 통한다. PC 게임을 즐길뿐더러, 프로게이머의 경기도 시청하고 기념품도 산다. 스위스인 라파엘 로페스(26)는 “스위스에는 이런 공간 자체가 드물고 이용료도 무척 비싸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즐기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개별여행객만 그런 게 아니다. 단체관광객도 취향을 찾아 움직이고, 이색 여행지를 찾는다.
올봄 한국 프로야구를 관람하러 한국을 찾은 대만 관광객. [사진 한국관광공사] |
지난봄 대만 관광객 104명이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직관하는 여행상품을 통해 방한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APEC 정상회의 기간에는 이색 경남 여행상품을 선보인 여행사도 있다. 17개국에서 온 외국인이 진주남강유등축제에서 유등을 띄우며 소원을 빌었고, 진주 시내 논개시장에서 육전과 냉면에 도전했다.
관광공사는 ‘인바운드 마케팅 지원 사업’을 통해 방한 관광의 다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관광공사 김종훈 국제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지자체·여행사·자영업자 등 누구라도 외래 관광객 유치에 관심 있다면 해외 홍보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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