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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의 마켓 나우] EU 자동차 규제 완화가 K철강에 던진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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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3년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휘발유·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은 더는 판매할 수 없고, 전기차·수소차 같은 무공해 차량만 허용한다는 뜻이다.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한 첫 사례였다.

그런데 2025년 12월 16일, EU 집행위원회는 이 원칙을 일부 완화했다. 신차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100%에서 90%로 낮추고, 나머지 10%는 ‘크레딧’ 형태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크레딧 제도의 골자는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생산 과정에서 추가적인 감축 노력을 기울이면 이를 배출 감축으로 간주해 주는 방식이다. 친환경 연료(합성연료·바이오연료 등) 사용을 통한 감축분(최대 3%)과는 별도로, 최대 7%까지는 저탄소 철강 사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저탄소 철강 크레딧은 수소환원제철이나 전기로(EAF) 공정 등으로 EU 역내에서 생산된 철강만 인정한다. 차량 한 대에 투입된 철강량을 기준으로, 저탄소 철강 사용 비중과 이산화탄소 배출집약도를 함께 반영해 공제 폭을 산정한다. 주행 단계에 머물던 차량 규제를 소재·제조 단계까지 확장한 셈이다.


EU의 계산은 분명하다. 완성차 업계의 부담 완화와 역내 철강산업의 탈탄소 투자 촉진이다. 전동화만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도 깔렸다.

한국도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2025년 12월 16일 공포된 ‘K-스틸법’(저탄소 철강 육성법)은 저탄소 철강의 기준과 인증 체계, 기술 개발과 실증 지원을 담았다. 김성환 기후환경부 장관은 2030년 전후 수소환원제철 데모 플랜트에 킬로그램당 2500원 수준의 청정수소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 제정과 공급 약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이렉스(HyREX) 같은 실증사업 이후에도 고가의 저탄소 강재를 누가 프리미엄을 감수하며 구매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관건은 초기 수요시장이다. 한국 역시 자동차·건설 등 핵심 수요 산업을 매개로 첫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내 완성차 배출 규제는 전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앞으로 저탄소 강재 사용량에 비례한 감면 크레딧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조달과 대형 수요처를 연계해 전 과정 크레딧을 도입한다면, 전동화와 그린 철강을 함께 키우는 투 트랙 전략도 가능해진다.


EU의 저탄소 철강 크레딧은 재료 단계 탈탄소화를 인센티브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탄소 철강의 경제성과 투자비 회수 가능성을 높이려면 규제와 산업정책을 결합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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