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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자사주 소각 의무화, M&A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예외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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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

자기주식을 의무소각하도록 하는 제3차 상법 개정이 논의 중이다. 한국은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보는 국가다. 회사가 발행한 주식이 다시 회사로 돌아와도 바로 소멸하지 않고 의결권만이 제한된다. 이후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관련 이론 중 ‘미발행주식설’의 경우 자기주식은 자동소멸하여 주식이 발행되지 않은 상태가 되어 의무소각은 불필요하다. ‘자산설’에 의하면 자사주 강제소각은 재산권 침해다.

이런 이론적인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주식의 법제적인 일관성을 깨면서까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겠다면, 적어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취득한 ‘특정 목적에 의한 자사주’(상법 제341조의2)만큼은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까다로운 자본금 감소 절차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사주와 달리 합병이나 지주회사 전환 등의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려면 감자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를 위해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며, 채권자 보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주주 반대로 결의가 무산되거나 채권자 이의신청에 가로막히면 기업은 소각 의무를 이행하려 해도 불가능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둘째,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감자 공고와 이에 따른 채무 변제, 담보 제공 행위는 그 자체로 시장에 자본잠식이나 자금 경색의 ‘사전 징후’로 오인될 수 있다. 설령 이러한 오인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채권자가 시장 금리와 비교해 상환 요구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규모 상환 요구가 현실화될 수 있으며,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석유화학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에서 M&A가 위축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자사주 맞교환(스왑)은 기업 간 전략적 제휴의 핵심 수단인데, 각종 규제로 처분 절차가 까다로워지거나 협상 내용이 노출되면 신속한 의사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중심의 산업전환을 고려할 때, 향후 2∼3년 내 산업구조 재편과 구조조정 등 M&A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제약된다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표가 기업 경쟁력 약화나 산업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게 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사주 의무소각 입법화가 산업 현장의 전략적 대응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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