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박지성(44)의 이름 앞에는 여전히 ‘캡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있었다.
박지성은 최근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 출연해 지도자 커리어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감독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며 “선수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도 해야 하는데, 그런 복합적인 컨트롤을 해낼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꿈이나 미련보다 자기 인식이 먼저였다.
현역 시절 박지성은 조용한 리더였다. 말보다 행동이 앞섰고, 팀을 위해 가장 많이 뛰는 선수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도 태도는 같았다. 화려함 대신 헌신으로 자리를 지켰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균형을 맞췄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최연소 주장으로 완장을 찬 뒤 은퇴까지 팀을 이끌며 월드컵 16강, 아시안컵 3위라는 성과를 함께 만들었다.
은퇴 후 자연스럽게 ‘지도자 박지성’을 떠올리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해설위원, 구단 앰버서더, 테크니컬 디렉터 등 행정과 소통의 영역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공식적인 지도자 행보는 유스 팀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이 전부다.
그는 “지도자든 행정가든 이 일이 내 성향에 맞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 맡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길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감독직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괜찮다’는 말만으로 팀을 끌고 갈 수는 없다. 필요할 땐 냉정해야 하고, 화를 내서라도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나는 그런 역할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지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사례를 들며 지도자의 ‘기술’을 설명했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 성향을 정확히 알고 일부러 자극을 줬다. 골을 넣은 선수라도 팀에 메시지가 필요하면 질책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나는 그런 곡선의 대화를 잘 못 한다. 직선적으로 말하는 성향”이라며 스스로를 객관화했다.
이런 자기 인식은 외부 평가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영국 매체가 선정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미드필더 30인 명단에서 박지성은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했다. 기록이나 화려함보다 팀에 미친 영향과 역할 수행 능력을 중시한 결과였다.
동료들의 기억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리오 퍼디난드는 “지금은 손흥민의 시대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게 가장 큰 존재는 여전히 박지성”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지 않아도 팀의 균형을 잡아주는 선수”라는 평가였다.
박지성은 늘 중심에 있으면서도 중심에 서려 하지 않았다. 지도자의 길을 택하지 않는 선택 역시 그 연장선이다. 누군가는 아쉽다고 말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축구 안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태도만으로도 ‘최고의 캡틴’이라는 평가는 충분히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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