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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치’ 피하려다 ‘관치’에 빠진다

파이낸셜뉴스 이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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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미 금융부 기자

이주미 금융부 기자

"주인도 없는데 최고경영자(CEO) 등이 우호적인 세력만 두고 그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운영하는 게 맞나. 관치(官治)가 분명히 나쁘다는 건 알겠지만 내치(內治)가 맞는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 연임 관행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는 3년 전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의 '내치' 비판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금융권 CEO 인사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지자 김 전 위원장은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능력이 아닌 파벌 위주로 CEO가 선임되는 문제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 계속 해 먹더라'라는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대통령이 바뀌고,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이 왔음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관치금융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역사는 깊고 오래됐다. 고려대 출신 금융인들이 모인 고금회 인사들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장악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도약했다.

정부는 개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 대통령의 지적 이후 곧바로 BNK금융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나섰다. 예전처럼 찍어 내리꽂는 인사가 아닐 뿐, 사실상 지배구조에 대한 간섭으로 금융권이 해석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관치가 인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은행에 보이스피싱 책임이 없어도 피해금을 배상하라는 것에 이어 전세사기 피해보증금까지 부담하라고 금융권을 압박한다. 빚 탕감 재원을 마련할 새도약기금 분담금과 150조원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출연금 등 전방위적으로 금융권에 정책비용을 떠안기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국민연금이나 시민단체 등을 금융사 이사회에 포함시키겠다는 등 경영개입 의지를 엿보이기도 했다.

공적 기능을 띠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투명성, 소비자보호는 지향해야 될 중요한 가치이자 의무다. 하지만 은행을 '제2의 정부기관'처럼 바라보는 시선은 경제에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관치가 인사에서 시작해 재무와 경영까지 번질 때 금융은 산업이 아니라 행정 하청에 불과해진다.


결국 혁신과 자율성을 해칠뿐더러 은행의 수익이 줄어 건전성이 무너지면 실물경제에도 치명타다. 금융당국은 곧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누가 회장이 되는지가 아니라 누가 그 권한을 통제하느냐가 핵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zoo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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