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파이낸셜뉴스 언론사 이미지

[fn광장] AI 광풍… '닷컴버블' 재현될까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원문보기
AI는 가장 위대한 기술혁명이지만
고평가·과잉소유·과잉투자 논란
부채 통해 시스템 리스크 전이 우려
'닷컴버블' 이후 인터넷 세상 됐지만
당시 대표기업 다수 투자실패 악몽
투자자 주식시장 냉정한 분석 필요


김영익 더제이자산운용 고문

김영익 더제이자산운용 고문

최근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술 혁명'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닷컴버블의 재현'이라고 경고한다. AI는 실제로 혁명일 수 있고, 동시에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버블이 형성됐을 가능성도 높다. 핵심은 기술의 본질이 아니라 그 기술을 둘러싼 자본과 자산 가격의 움직임이다. 이 점에서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제시한 이른바 '4개 O(Over)' 기준과 가치투자의 대가인 하워드 막스의 AI 버블 인식은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현실을 설명한다. FT는 현재 시장의 버블 상태를 진단하는 체크 리스트를 제공하고, 막스는 그 체크 리스트가 왜 반복적으로 작동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FT의 첫 번째 기준은 고평가(Over-valuation)다. AI 관련 주식 급등 이후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고점에 근접해 있다.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PER),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 등 주요 지표는 모두 과거 버블 국면과 유사한 수준이다. 물론 일부 기업은 실제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미래의 성공을 지나치게 앞당겨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스가 말하듯 '훌륭한 기술'과 '훌륭한 투자'는 전혀 다른 문제다.

두 번째는 과잉소유(Over-ownership)다. 미국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식이며, 그중 상당 부분이 기술주와 AI 테마주에 집중돼 있다. AI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이 확산하면서 투자판단은 점점 분석이 아니라 군중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막스는 이런 국면을 "위험이 가장 낮게 인식될 때가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 시장은 이미 균형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기준은 과잉투자(Over-investment)다. 이번 AI 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대규모 자본이 실물 인프라 투자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면서 2025년 상반기에는 GDP 대비 설비투자 15.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막스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버블의 순기능'이기도 하다. 과잉투자 덕분에 미래의 인프라는 구축된다.

그러나 동시에 투자자본의 회수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막스는 기술은 남지만, 투자자본은 대규모로 파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네 번째는 과도한 레버리지(Over-leverage)이다. 아직 금융위기 직전 수준의 차입 확대는 아니지만, AI 인프라 투자는 점점 부채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특수목적법인(SPC), 회사채, 신용스프레드(CDS)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균열은 초기 경고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막스가 특히 우려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닷컴버블은 주식 중심의 버블이었지만, AI 버블은 부채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기준이 동시에 충족될 때, 역사적으로 시장은 버블의 초기가 아니라 중·후반부에 위치해 있었다. 이는 곧 붕괴가 임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막스가 강조하듯, 위대한 기술혁명은 언제나 버블을 동반했고, 그 버블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변화는 수익률의 구조다. 상승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충격에 대한 민감도는 커진다.

막스는 현재의 AI 국면을 '평균회귀형 버블'이 아닌 '변곡점(inflection) 버블'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술 자체는 살아남아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술이 남는다고 해서 현재의 승자가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닷컴버블 이후 인터넷은 세상을 지배했지만, 당시의 대표 기업 다수는 투자실패 사례로 남았다. AI 역시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

지금 시장에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AI는 위대한가'가 아니라 '이미 무엇이 가격에 반영돼 있는가'다. FT의 '4개 O 기준'은 현재 시장이 과잉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막스의 통찰은 그 과잉이 왜 반복되는지를 설명한다. AI는 분명 미래다. 그러나 미래에 투자하는 가장 위험한 방식은, 그 미래가 이미 보장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지금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확신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다. '올인'도, '올아웃'도 아닌 중용(moderation)이다.


김영익 더제이자산운용 고문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이재명 대통령 성탄 미사
    이재명 대통령 성탄 미사
  2. 2아이브 안유진
    아이브 안유진
  3. 3손흥민 리더십 재평가
    손흥민 리더십 재평가
  4. 4김영대 윤종신 정용화
    김영대 윤종신 정용화
  5. 5파워볼 복권 당첨
    파워볼 복권 당첨

파이낸셜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