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서민 외식 메뉴인 김밥·칼국수 가격이 서울 지역에서 1년 새 각각 5.7%, 4.9% 오른 25일 서울 시내 한 칼국수 집에 가격표가 붙어 있다. 뉴스1 |
시청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씨(33세)는 최근 회사 앞 프랜차이즈 분식점에서 일반김밥(4500원)과 라면(5000원)을 주문하고 1만원 가까이 지불했다. 이 매장에서 5000원 이하를 받는 메뉴 두가지다. 분식집 메뉴판에는 치즈돈까스(1만500원)처럼 1만원을 넘는 메뉴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는 “이제 곧 분식집에서 마저 1만원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만 원이면 든든한 한 끼였는데, 이제는 가장 저렴한 메뉴를 골라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이 맞물리며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값+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 최근 원화 가치 급락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경우 외식 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각종 메뉴에 빠지지 않는 계란 가격마저 7000원을 넘어서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영옥 기자 |
2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3~5% 상승했다. 상승률이 가장 큰 품목은 김밥으로, 한 줄 평균 가격이 올해 11월 3700원으로 5.7% 올랐다.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은 지난해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 상승했다. 곧 1만원을 돌파할 기세다. 삼계탕(1만8000원)·냉면(1만2423원)·비빔밥(1만1577원)은 이미 서울 평균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섰다.
외식업계는 올해 가격 인상이 누적된 비용 압박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임대료, 전기·가스 요금 같은 고정비가 동시에 올랐다. 여기에 달러당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식재료 가격까지 뛰면서 원가 부담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문제는 추가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식업계의 주요 식재료이자 반찬으로 빠지지 않는 계란 가격 마저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계란 특란 한 판(30개)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7010원으로, 한 달 만에 다시 7000원을 넘어섰다. 올해 5월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선 계란 가격은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특히 올겨울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면서 달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동절기 산란계 농장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건 늘어난 11건이다.
원화값 약세도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환율은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된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환율 기조가 단기간에 꺾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가치 하락분이 통상 3~6개월 뒤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내년 초부터 수입 식료품 등이 먼저 오르는 등 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 수입 물가는 오름세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2.6% 상승해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물가는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입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로,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면서 체감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며 "특히 식료품과 외식 물가 상승은 가계의 고통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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