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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한국인” 中국경 ‘충청도 할머니’ 5성급 호캉스 가다

동아일보 최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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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 이주로 형성된 중국 도문시 ‘정암촌’에서 한국 국적과 문화를 지켜온 할머니들이 유튜버 홍고고와 트립닷컴의 지원으로 90년 만에 특별한 도심 휴식을 선물 받았다.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일제 강제 이주로 형성된 중국 도문시 ‘정암촌’에서 한국 국적과 문화를 지켜온 할머니들이 유튜버 홍고고와 트립닷컴의 지원으로 90년 만에 특별한 도심 휴식을 선물 받았다.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중국 길림성 도문시(圖們市), 북한 남양시(南陽市)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두만강 끝자락에 90년 전 충청도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 선 마을이 있다. 바로 1938년 일제 강제 이주로 끌려온 농민들이 황무지를 개척해 세운 ‘정암촌’이다.

중국의 중국어 우선 정책과 문화대혁명의 거센 풍파 속에서도 이곳은 여전히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한국식 가옥 구조를 지키며 한족의 유입조차 거부해 온 ‘민족의 섬’이다.

한 글로벌 여행사와 여행 유튜버가 최근 이 잊힌 마을의 할머니들을 위해 특별한 여정을 마련해 화제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51만 유튜버 ‘홍고고’는 재작년 이곳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우연히 만난 할머니 두 명에게 신세를 지며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죽기 전 꼭 다시 오라”던 할머니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이곳을 방문했다. 이에 트립닷컴은 ‘현지인의 친절이 삶을 변화시킨다’는 캠페인 정신을 담아 할머니들의 도심 여행을 전격 지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정암촌의 삶은 처절한 정체성 그 자체다. 마을 어귀에는 여전히 한글이 선명하며, 주민들은 중국어보다 한국어에 더 익숙하다. 이들은 충북 청주에서 전해진 ‘청주 아리랑’을 부르고 꽹과리와 장구 등 민속놀이를 즐기며 충청의 혼을 지켰다.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가옥 구조 역시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옮겼다. 한국식 기와와 초가 형태를 유지한 집에서 지금도 아침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직접 담근 장과 김치로 차린 한국식 밥상도 여전하다. 과거에는 한족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오직 충청도 출신으로만 공동체를 유지하며 민족 정체성을 수호해 왔다.


할머니는 중국 국적을 가지면 훨씬 편하게 머물 수 있다는 회유에도 불구하고, 1년마다 한국을 오가며 비자를 연장하는 고단함을 자처하면서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홍고고와 트립닷컴은 평생을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살아온 할머니들을 위해 연길 시내 최신 5성급 호텔에서의 하루를 선물했다.

80 평생 처음 마주한 호텔의 화려함에 할머니들은 “시집가는 것처럼 좋은 길이다. 좋은 분을 만나서 이런 곳에 오니 감사하단 말을 어디에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이 먹지 말고 더 살았으면 좋겠다”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동시에 할머니들은 모든 것에 신기함을 보이면서도, 사라져가는 마을에 대한 애틋한 진심을 전했다. 할머니들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암촌을 없애지 말고, 지키고 끝까지 이름을 남기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죽으면 이곳이 끝날 것 같다. 꾸려나가고 지켜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내 숙연함을 더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홍고고 HONGGOGO’ 캡쳐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른 세대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오셨을까”, “한국 국적을 끝까지 지키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며 응원을 보냈다.

트립닷컴 측은 “낯선 곳에서 만난 현지인의 우연한 친절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협업을 진행했다”며 “다양한 여행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각기 다른 시선으로 여행이 주는 긍정적인 경험을 폭넓게 알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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