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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3분의1에 고용유연성 뛰어나···"코딩 실력도 상위급"

서울경제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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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전초기지 된 베트남···오프쇼어링 확산
팬데믹 이후 개발능력·경험 갖춰
풀스택 6년차 월급 200만원 수준
삼성·LG 등 일찌감치 거점 구축
韓, 52시간에 묶여 연구 지지부진
"노동규제 완화해 경쟁력 높여야"


인공지능(AI)발 개발자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KT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의 해외 개발 거점 구축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 해외 연구개발(R&D) 중심지는 베트남이다. 글로벌 수준의 실무 경험을 갖춘 인력이 늘어나는 데다 인건비는 한국의 절반 이하로 낮고 52시간 근로 제한 등 국내 고용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 인력을 기반으로 한 R&D 전략이 확산될수록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국가 산업구조를 R&D 중심으로 전환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베트남 등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R&D 기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근로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R&D 오프쇼어링 전략의 일환으로 베트남 글로벌개발센터(GDC)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오프쇼어링은 제조업체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경영 전략이다. 팬데믹 이후에는 제조뿐 아니라 R&D 단가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에 개발 센터를 짓는 움직임이 산업계에서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AI로 인한 신규 수요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KT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2년 12월 하노이 인근에 R&D센터를 준공했다. 베트남을 생산 거점을 넘어 R&D까지 수행하는 글로벌 전략 기지로 삼기 위해서다. 현재 이곳 연구원 규모만 2000명 이상이며 준공 당시 이재용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LG전자 역시 2016년 하노이에 개설했던 R&D센터를 2023년 공식 법인으로 승격하며 베트남을 글로벌 개발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연구 인력은 1000명 이상이다. LG전자의 주력 제품인 가전은 물론 전장 사업용 개발도 포함한다. 이밖에 신한금융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신한DS와 포스코그룹 산하의 포스코DX 등 주요 그룹사들이 최근 몇 년 새 베트남에 개발 센터를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도 2021년 하노이와 호찌민에 각각 개발 센터를 설립했다.

기업들이 베트남에 R&D 기반을 늘리는 이유는 준수한 개발 능력과 저렴한 임금이 맞물려서다. 현재 베트남 개발자의 프로그래밍 실력은 세계 중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최대 대학생 개발 대회인 ‘국제프로그래밍경시대회(ICPC)’에서 베트남은 올해까지 국가별 누적 성적 순위에서 118개국 중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9위를 차지한 한국보다는 낮지만 독일(25위)이나 인도(35위)보다는 높다. 베트남의 개발 교육 수준이나 자질이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건비는 국내 채용의 절반 이하다. 현지 개발자 채용 플랫폼인 아이티비엣(ITviec)에 따르면 베트남 6년 차 풀스택 개발자의 월급은 현재 3635만 동(205만 원)이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제안한 2025년 국내 응용SW개발자 평균 월급이 694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인건비가 3분의 1 수준이다. 베트남 개발자의 코딩 능력을 검증해 수요 기업과 매칭·관리해주는 탤런트겟고의 김현준 산업팀장은 “팬데믹으로 세계적인 개발자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을 당시 베트남 개발자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됐고 이를 계기로 글로벌 경험을 확보했다”며 "이후 특유의 성실한 문화와 낮은 임금이 결합되면서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개발 조직 설립에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베트남의 고용 규제가 한국보다 덜하다는 점이 주효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노동법이 더 세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라며 “해외에서 채용하면 바쁜 시기에 집중 근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현지 IT 외주 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현지 개발 인력만 2만 명 이상을 갖춘 베트남 1위 IT 아웃소싱 기업인 FPT는 최근 2년 새 여의도와 판교 등 한국 내 세 곳의 사무실을 추가로 열었다. KT는 GDC 설립 준비를 위해 FPT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업이 보편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R&D 오프쇼어링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내 R&D 기반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왜 베트남으로 갈 수밖에 없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유럽을 제외하면 이례적으로 R&D 분야 근무시간을 규제해 R&D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높이려면 국가 경제를 R&D에 특화한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해외 R&D 확대가 기업에 유리한 상황이라면 지향해야 할 국가 산업구조와는 반대로 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R&D 분야에서는 정부가 전향적인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 규제는 늘어나고 업무량은 줄이는 등 국내 산업계는 점점 축소 지향적으로 가고 있다”며 “정책가들이 개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내 R&D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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