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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서학개미가 환율 불안의 주범?… 이창용 총재는 책임없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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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불안한 원달러 환율때문에 연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1500원을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이 전일대비 33원이나 급락하면서 1450원 밑으로 떨어졌다.

대통령실과 외환 당국자의 강력한 구두 개입 뿐만 아니라 외환 안정을 위한 세제개편안 등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일단 시장에 먹혔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2025년12월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팔아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통해 1년 이상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22%)를 감면해주겠다고 약속했다. 2026년 1분기에 복귀하면 100%, 2분기는 80%, 하반기는 50%를 감면하는 식이다.

미 증시로 몰려가 있는 '서학개미'를 유턴시키면 외환 안정과 동시에 국내 증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발상이다.

정부 의도대로만 된다면 외환시장 안정에 어느정도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개인(거주자)의 해외주식 순매수는 309억 달러(약 44조원)를 기록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액수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책의 효과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은 차치하고라도, 외환 당국자들이 자신들의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환율 상승 원인을 서학개미 탓으로 보는 관점에는 도저히 수긍하기 힘들다.

시간을 10개월 전으로 되돌려보자.

지난 2월25일, 한국은행은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3%에서2.75%로 전격 인하했다.


당시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이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고조됐을 상황이었다. 특히 계엄 사태로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전히 1400원대로 높게 형성되는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블구하고 금리인하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당시 한국은행은 "경제심리 위축, 미국의 관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1.9%)를 큰 폭 하회하는 1.5%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환율안정 보다 경기회복이 더 급하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로 인해 한국과 미국간의 금리차가 기존 1.50%p에서 1.75%p로 크게 벌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서 여전히 고공 행진중인데 여기에 더 기름을 부은 격이 된 것이다.

시장 일각에선 고환율 리스크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한은은 '경기가 큰 폭으로 후퇴하는 만큼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밀어부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3개월뒤인 5월29일 열린 '5월 한은 금통위'에선 또 다시 0.25%p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됐다.

한미간 금리차가 역대 최대치인 2.00%p까지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들과의 응답에서 "1400원 중반에서 지금 수준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서 더 많이 절상된 것은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며, 정치적 불확실성 지수가 굉장히 올라갔다가 지금은 계엄 전인 2024년 11월 수준 정도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비상 계엄 6개월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중반으로 내려온 것을 보고 이제 상황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과연 당시 한은의 판단은 옳았을까.

그러나 '비정상이 정상화 되는 과정'이라던 이 총재의 발언이 무색하게 지난 6월30일 1354원으로 올해 최저점을 찍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계속 올라 현재에 이르게 됐다.

한미간 역대급 금리차의 허용이 결과적으로 시장에 고환율의 우려를 낳았고 시장 참여자들의 달러 매수를 자극했다. 더구나 예상밖으로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까지 늦춰지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더 강해졌다.

환율의 상승은 결국 에너지를 비롯한 수입 물가의 상승, 그로인한 소비자 구매력의 저하, 또 구매력 평가차에 따른 원화가치 절하 등 악순환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서학개미'가 아니라 통화 당국의 안이한 인식이 현재의 고환율 사태를 초래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라고 보는 배경이다.

또한 서학개미가 미 증시로 간 보다 근본적인 이유도 원달러 환율이 계속 불안하자 '원화 가치절하'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안전 자산인 달러로 리스크를 헷지하려는 의도가 적지않게 작용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즉, 서학개미의 미 증시 투자 선호는 원달러환율 급등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결과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6월9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한은은 기존 기조와는 전혀 다르게 금리인하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올해 12월까지 세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해 현재 한미간 금리차는 1.25%로 많이 좁혀졌다.

정부의 구두 개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전망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지만 한미간 금리차에 의한 고환율 압력은 이전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금리 정책을 어떻게 설정하고, 원칙을 어떻게 지켜나가느냐는 매우 중차대하고 복잡한 문제다.

금리에 따라 물가, 환율, 통화량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이 시차를 두고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극히 메말라 보이는 그 막연한 숫자들 속에는 하루 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민생의 고통 지수가 함께 숨어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는 사람은 책임을 지는 것이 공복(公僕)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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