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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님의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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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 김우빈 결혼식 주례 본 법륜 스님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배우 김우빈(왼쪽)과 신민아의 웨딩사진. 두 사람은 20일 10년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에이엠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우빈(왼쪽)과 신민아의 웨딩사진. 두 사람은 20일 10년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에이엠엔터테인먼트


“부부라고 하더라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20일 열린 배우 신민아(41)와 김우빈(36)의 결혼식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인연과 선행으로 큰 박수를 받았지만 스님이 주례를 맡은 것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즉문즉설’ 강연으로 유명한 법륜 스님은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서로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자유를 속박할 때가 많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며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두 분은 국민들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만큼 거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살아가야 할 사회적 책임도 크다”고 주문했다. 결혼을 해 본 적 없는 스님의 주례사는 결혼을 해 본 사람의 조언보다 더 많은 공감을 얻었다.

□ 법륜 스님은 이미 2010년 ‘스님의 주례사’란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스님은 결혼이란 상대에게 덕을 보려는 마음이 아니라 ‘도움을 주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는 대신 내가 먼저 변해야만 행복해 질 수 있다고도 일갈한다.

□ 스님들의 주례사 중엔 법정(1932~2010) 스님도 빼놓을 수 없다. 스님은 2000년 6월 처음이자 마지막 주례사에서 신랑 신부에게 두 가지 숙제를 냈다. 매달 산문집을 한 권씩 골라 읽은 뒤 서로 바꿔 다시 읽으라는 것과 쓰레기를 줄이라는 당부였다. 책을 교환해 읽으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 쓰레기를 덜 만들도록 한 건 ‘물건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뜻이다. 평생 ‘무소유’ 철학을 실천하며 산 스님의 향기가 느껴진다.

□ 두 스님 모두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임을 설파한 셈이다. 이는 부부를 넘어 다른 모든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진리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엔 각 진영이 극단으로 갈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없애버리려고 하는 폭력들만 난무하고 있다. 새해엔 이런 악순환을 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길 기도해야겠다.

박일근 수석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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