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오. 사진 | 맨오브크리에이션 |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저요? 잘 안 울어요. 평생 세 번 밖에 안 울었어요.”
거짓말이다. 이토록 뜨겁게 우는 배우는 오랜만이다. 강태오가 울자 시청자들도 울었다. MBC 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에 쏟은 그의 눈물이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올 하반기 MBC 드라마국을 뜨겁게 달군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의 중심에는 강태오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영혼이 바뀌는 설정을 통해 1인 2역을 소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강태오가 빚어낸 ‘이강’이라는 인물 안에는 그보다 훨씬 세밀한 감정이 여려 겹으로 존재했다.
강태오. 사진 | MBC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
강태오는 김세정이 연기한 두 인물, 달이와 연월을 대할 때의 이강을 명확히 구분했다. 달이 앞에서는 세자의 위엄과 묵직함을 유지했다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연인 연월 앞에서는 모든 무장을 해제한 ‘아이’의 얼굴을 선택했다.
이러한 디테일은 철저한 분석의 결과였다. 강태오는 “(김)세정 씨의 대사 녹음 파일을 노래처럼 들으며 악센트를 공부했고, 달이가 유심히 생각할 때 눈을 굴리는 습관까지 배우려 했다”고 말했다. 극 중 두 배우의 이질감 없는 영혼 체인지가 가능했던 비결은 이러한 섬세한 관찰이 동력이었다.
사진 | MBC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방송화면 |
열연이 정점에 달한 지점은 단연 11화 엔딩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연월을 다시 마주하고 무너져 내리던 오열신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안겼다. 화면 속 강태오는 카메라에 어떻게 잡힐지, 혹은 얼마나 멋지게 보일지 계산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저 한 남자가 겪을 수 있는 가장 깊은 슬픔을 온몸으로 토해낼 뿐이었다.
“대본만 봐도 눈물이 펑펑 났어요. 식은땀까지 흐르더라고요. 촬영할 때는 보여지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이강의 감정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달이를 마주할 때와 다르게, 연월이 앞에서는 아이처럼 한없이 무너지는 이강의 모습을요.“
강태오. 사진 | 맨오브크리에이션 |
인간 강태오는 눈물이 없다고 말하지만, 작품 안에서 다른 인물이 되는 순간 그는 누구보다 뜨거운 감정의 소유자로 변모한다. 3년 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폭발적인 히트 직후 바로 입대해야 했던 상황에서도 그의 중심은 단단했다. 강태오가 바라는 것은 찰나의 ‘인기’보다 끊임없는 ‘연기’였기 때문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 때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이 작품을 잘 마치고 군대에 다녀오면 언젠가 기회가 또 올 것이라 믿었거든요. 입대가 아쉽지도 않았습니다. 전역 후에도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죠.”
전역 후 tvN 드라마 ‘감자연구소’에서 차갑고 딱딱한 소백호를 연기하고, 이어 KBS2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 이후 6년 만에 사극에 도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급하게 굴지 않고 ‘길게, 하지만 깊게’ 배우의 길을 걷겠다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강태오. 사진 | MBC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
이제 대중은 강태오가 보여줄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한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를 묻자 그는 고민 없이 “딥(deep) 한 스릴러”와 “어두운 멜로”를 꼽았다. 그토록 맑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강태오의 눈빛이 악의 얼굴로 변한다면, 혹은 거부할 수 없는 격정 멜로의 유혹이 된다면 어떨까. 강태오가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을 순간이다.
“강태오라는 이름보다 캐릭터들로 많이 불리는데, 전 좋아요.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그 작품 속 캐릭터로 남는 게 전 좋습니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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