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 사업을 현지지도하고 해군의 핵무장화를 계속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
북한이 현재 건조 중인 8700t급 핵잠수함의 전체 외관을 처음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 중 하나인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 무기'의 개발 성과를 부각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수중 핵전력까지 갖춘 불가역적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최근 한·미 간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원잠) 협의에 속도가 붙자 사전에 견제구를 늘린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이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잠수함이 8700t 규모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건조 공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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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외관 공개 의도는
북한이 건조 중인 잠수함의 외관 전체를 공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잠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음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적인 건조 단계로 봤을 때 핵잠 모듈과 미사일 발사관 구조물 등이 잠수함 내부에 들어간 상태로 볼 수 있다”라면서 “최고지도자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원자로 탑재가 끝난 완전한 선체 실루엣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면 북한의 핵잠 실전 배치가 우리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듈은 원자로·터빈·냉각기관 등 핵잠수함 추진 기관의 중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8천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 사업을 현지지도하고 해군의 핵무장화를 계속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는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지속 추적하는 가운데, 북한의 공개 보도 내용을 포함해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가 퇴역한 핵잠에서 원자로를 통째로 떼 북한에 넘겨줬을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군 당국은 지난 9월에도 “최근 러·북 군사협력 강화는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 기술 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2025년 9월 17일 자 1면〉
다만 정부 안팎에선 신중론도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정보당국은 러시아 핵 모듈이 북한에 넘어갔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공개하는 것과 실전 배치는 다른 얘기"라면서 "기술 구현에 시간이 많은 필요한 만큼 러시아로부터 소형 원자로 기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미사일 관련 구조물이 선체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초도함에서는 디젤 전기 추진식을 채용할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북한은 수직발사관 높이를 함교탑과 동일하게 했다”며 “상부 구조물이 커지면 탐지되기 쉽고 무게 중심이 높아져 안정성이 떨어지지만, 공간은 더 많이 확보해 더 큰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기술적 우위의 SSBN 생존 가능성보다 건조의 상징성을 우선시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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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 없는 보복공격” 언급도
김정은은 자신들의 기존 핵무력 강화 방침도 재확인했다. “적들이 (중략) 군사적 선택을 기도한다면 가차 없는 보복 공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 없이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김정은은 또 “절대적 안전 담보인 핵방패를 더욱 강화하고 그 불가역적 지위를 굳건히 다지는 것은 우리 세대의 숭고한 사명이고 본분”이라고도 역설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순한 무력시위를 넘어선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계산이 깔린 행보”라면서 “지상 핵 시설이 파괴되더라도 수중에서 보복 타격이 가능한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짚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북한의 전략핵 잠수함은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미 본토에 핵보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공개한 핵잠을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이라고 지칭하면서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핵동력은 핵추진을, 전략 유도탄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핵무기를 갖춘 핵추진 전략잠수함(SSBN)을 건조 중이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재래식 핵추진 잠수함(SSN)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은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SLBM 10기 탑재 가능성과 함께 함수에 수평 어뢰 발사관 6문이 식별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에서는 방사소음을 줄이기 위한 신형 중어뢰와 해저기뢰로 추정되는 수중 무기체계도 함께 포착됐다고 KODEF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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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원잠 건조엔 견제구
김경진 기자 |
김정은은 한국의 원잠에 대한 언급도 내놨다. "서울의 청탁으로 워싱턴과 합의된 것"이라면서다. 그는 "우리 국가의 안전과 해상 주권을 엄중히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으로 간주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대 핵추진 전략 잠수함' 구도를 부각해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한·미에 돌리면서 자신들의 핵무기 고도화와 해군 핵무장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근거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당과 정부의 국가 안전 보장 정책, 대적 견제 원칙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이런 인식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반복됐다. 국방성은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 환경에 엄중한 핵불안정 요소를 항구적으로 고착하려 하고 있다"라며 미 해군의 공격형 핵추진잠수함 '그린빌함'(6900t급)의 지난 23일 부산 작전기지 입항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와 함께 노동신문은 "앞으로도 친선적이며 동맹적인 관계를 백방으로 강화"하자는 내용이 담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18일 축전 전문을 일주일을 묵혀 이날 게재했다. 이는 북한에 러브콜을 보내는 한·미보다는 당분간 중·러와 같은 우방국과의 관계에 더 힘을 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은 끝났음을 재차 선언했다"라면서도 "대신 미국 본토를 겨냥한 수중 타격 능력을 지렛대 삼아 '핵 군축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김정은의 이번 현지지도 시점과 장소를 밝히지 않았으나 함경남도 신포조선소로 추정된다. 동행한 딸 주애가 지난 19일 함경남도 신포시 지방공장 준공식 참석 때와 같은 차림으로 포착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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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 잠수함=기존 디젤 엔진을 돌려 움직이는 잠수함과는 달리 원자로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을 뜻한다. 원자로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 핵추진 잠수함이다. 핵추진이 핵공격 능력을 뜻하지 않는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도 불린다.
●핵공격 잠수함=핵공격 잠수함은 핵미사일 등을 탑재해 적을 공격하는 잠수함이다. 핵공격 잠수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주요한 핵전력으로 간주된다. 이번에 미국이 건조를 허용한 잠수함은 핵공격이 아니라 핵추진 잠수함이다.
정영교·윤지원·심석용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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