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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91〉피지컬 AI 도입과 사회 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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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로봇에 대형언어모델(LLM)과 같은 인공지능(AI)이 장착되면 우리는 사람과 대화하듯이 로봇을 훈련시키고 로봇에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쉽게 지시할 수 있다. 로봇의 보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중 하나인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가동되는 산업용 로봇의 대수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1000대가 넘으며 지난 수 년간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에 발표된 데이터에 의하면 1000여대에 이르는 우리의 로봇 밀도는 700여대의 싱가포르, 400여대의 중국·일본·독일과 비교해 절대 우세다.

훌륭한 역량을 가진 우리의 제조업은 왜 이렇게 로봇에 진작부터 의존해 왔을까? 청년들은 70% 이상 대학을 나왔지만 그들의 전공은 인력 부족이 심각한 신산업에 해당하기보다는 그들을 지도한 교수들이 박사학위를 받았던 1980~2000년대 전통 산업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반도체, 배터리, 첨단 제조업 등 신산업 전공자는 계속 부족하고, 대학 나온 청년들은 취업실태 조사에서 '쉬었음' 또는 '구직 중'을 선택하는 비극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AI에게 육체를 부여한 것과 같으므로 피지컬 AI의 대표적 사례로 간주된다. 로봇은 향후 위험한 작업이나 반복 노동을 급격히 대체해 나갈 것이다. 인간의 역할은 스스로 작업을 주도하는 실행자에서 이제 로봇을 관리하고 유지하며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감독관으로 전환될 것이다. 감독관은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숙련된 전문가에게 유리한 직업일 것이고, 사회 초년생들은 감독관이 되기 위해 꼭 갖춰야 하는 현장 경험이 부족하므로 저임금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숙련 노동자나 청년들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주어질까? 실업수당이나 기본소득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의 생활 여건을 단기 보장하므로, 가족을 부양하거나 풍족한 여가를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결국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갖는 N잡러가 되거나 플랫폼 산업에 종속되는 부품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평생교육 체계에 의지해서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지 않았던 새로운 역량으로 신생 산업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내일배움카드와 같은 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가진 상태에서 다른 직무로 전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급 교육 휴직을 확대하거나, 서울시 청년취업사관학교와 같은 무료 상설 교육기관을 늘려야 한다. 대학은 이미 배출한 졸업생이 언제라도 캠퍼스로 돌아와 저렴한 비용으로 새로운 직업 준비를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 포털의 역할을 점점 더 많이 감당해야할 것이다.

앞으로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고용직까지 포용하는 고용보험 확대, 사회 기여가 있지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예술 활동, 직업 훈련, 돌봄, 봉사 등에 대해 정부가 일정액을 보상하는 참여소득 도입 등이 필요할 수 있는데,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로봇세라고 불리우는 자동화 대상 세제가 요구될 수도 있다. 특히 신기술 습득이 어려운 저소득 고령층의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날 것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암울함도 느껴지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AI와 로봇이 바꿔나갈 직업 지형에 반드시 새로운 일자리도 있을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게 된다. 우리 사회는 신기술 도입에 익숙하기에, 그러한 기술 활용을 잘하는 전문가 수요도 창출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로봇밀도 덕분에 우리는 로봇과 공존하는 문화를 선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운명에 놓여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로봇과 우리가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지 지금부터 미리 고민을 시작해 보자.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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