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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번엔 중고 가방으로 하자"···크리스마스 선물 판도 바꾼 美고물가 현실

서울경제 임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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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들이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예전에는 꺼려지던 중고품을 성탄절 선물로 선택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물가 상승과 재정 압박이 미국 가계의 연말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중고 가방, 장난감, 액세서리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예년보다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전미소매연맹(NRF)이 미국 소비자 8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약 절반은 “이번 연말에 중고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베이가 미국 소비자 약 18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2%가 “작년보다 중고품을 더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주 올버니에 거주하는 버네사 로버츠(36) 씨는 최근 중고 매장을 돌며 어머니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물색했다가, 코치(Coach) 브랜드 가방을 125달러(한화 약 18만 원)에 발견했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부담돼 다른 중고 매장을 추가로 둘러볼 계획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WSJ은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중고품을 선물로 주는 문화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며 “가족이나 지인이 중고 선물을 받는 것을 무례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실용성을 우선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소비 패턴 변화는 중고 유통업체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스레드업, 세이버스 밸류 빌리지 등 주요 중고품 판매 업체들은 통상 연말 선물 시즌에 매출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올해는 오히려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세이버스 밸류 빌리지의 마이클 메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7월 말부터 9월 말까지 3개월간 매출이 10.5% 증가했다”며 “장난감, 게임, 도서, 전자제품 등 선물용 상품의 판매 증가 속도가 전체 상품 평균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통상 환경 변화도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관세 인상 기조가 강화되면서, 수입 제품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점이 연말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주 트로이에서 식기와 와인 디캔터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는 캐시 부스케 씨는 “요즘 손님들 사이에서 관세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며 “주문해도 제때 물건을 받기 어렵고 가격이 너무 비싸 선뜻 구매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중고 소비에 대한 거부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중고 선물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혜린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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