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 연합뉴스 |
국회 의장단이 회의를 진행할 권한과 책임(사회권)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24일 “악법에 협조할 수 없다”며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사회를 또 한번 거부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감정적으로 충돌하면서다.
우 의장은 지난 23일 주 부의장을 향해 “공식적으로 요청한다. 오늘 오후 11시부터 내일(24일) 오전 6시까지 사회를 맡으라”고 촉구했지만, 주 부의장은 “사회 거부는 최소한의 저항”이라며 거부했다. 우 의장이 “국회의장이 239시간, 이학영 부의장이 238시간 사회를 보는 동안 주 부의장은 33시간의 사회만 맡았다. 의장과 한 명의 부의장 체력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무제한 토론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의 본회의 사회권은 국회법 제10조(의장의 직무)에서 도출된다. ‘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는 조문에서 나오는 의사정리권 속에 사회권이 포함된다.
부의장이 사회를 볼 권한과 책임에 대한 별도 조항은 없지만, 국회 관계자는 “의장의 의사정리권과 부의장의 직무대리를 명시한 조항(국회법 제12조)이 맞물려 사회 교대 관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2월 민주당 등 당시 야권이 192시간 27분간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전개할 당시 정의화 의장과 당시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부의장, 민주당 소속 이석현 부의장이 돌아가며 사회를 봤다.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과 주승용 부의장이 2019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동안 피곤한 듯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스1 |
그렇다고 주호영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한 첫 부의장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이 필리버스터에 나섰을 때도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했었다. 사회를 거부한다고 부의장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법은 무언가를 거부할 때 직책에서 쫓아낸다는 강제조항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그동안 국회가 관례와 상식에 따라 움직여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은 져야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정치학 교수는 “본래 필리버스터는 소수 야당의 반대 토론을 보장하는 것이고, 사회권은 의장단의 의무이기도 한데 이를 저버린 것”이라며 “주 부의장이 속한 국민의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의 사회를 거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 의장이 언급한 ‘체력적 한계’를 의장의 사고(事故)로 폭넓게 해석하면 주 부의장이 국회법 제12조(부의장의 의장직무대리)를 위반한 걸로 볼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우 의장이 전날 “과도한 피로에 의해 불가피하게 무제한 토론을 정상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고 말하자 주 부의장은 “차라리 회의를 며칠 쉬었다가 다시 하시라”고 맞받았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필리버스터 도중 정회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앞선 사례가 없어 유권 해석조차 없다”며 “관례에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고 했다.
우 의장과 민주당의 화살은 필리버스터 제도 자체를 향하고 있다. 우 의장은 24일 “이런 식의 무제한 토론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고, 민주당은 국회의장이 지명한 의원이 필리버스터의 사회를 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주 부의장은 24일 통화에서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재판부법 등의 위헌성을 국제기구도 지적하는데, 이렇게 중요한 법을 아무 상의도 없이 수정안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 부의장의 사회 거부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법을 만들라는 소극적 저항”이라며 “부의장 한 명이 사회를 보지 않는다고 의정활동이 마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국회의 상식과 관례가 다 깨질 만큼 여야 갈등이 고조됐다는 것”이라며 “감정싸움 수준에 이른 여야의 막장 대결이 사회권 논쟁을 촉발한 것”이라고 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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