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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때 느꼈던 찝찝함, 털어내고 싶었다” 코트로 돌아온 이나연의 고백 [현장인터뷰]

매일경제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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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는 남편과 집에서 저녁 먹으면서 TV로 V-리그를 봤다.”

흥국생명 세터 이나연(33)은 24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3라운드 홈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1년 전 지금을 떠올렸다.

2011-2012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IBK에 합류한 이나연은 중간에 잠시 방황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다시 코트로 돌아와 12시즌을 꾸준히 활약했다. 그러다 지난 2023-2024시즌을 끝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현대건설에서 한 시즌 동안 4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입지가 좁아졌고 이후 허무하게 코트를 떠났다.

이나연은 흥국생명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 제공= KOVO

이나연은 흥국생명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 제공= KOVO


그렇게 1년을 쉬었던 그는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을 통해 코트로 복귀했고 포항시체육회 선수로 뛰다가 이고은의 부상으로 세터가 부족해진 흥국생명에 합류했다. 시즌 초반 백업 세터로 뛰다 3라운드 들어 출전 시간이 늘어났고 두 경기 연속 선발 세터로 풀타임 출전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은지를 묻자 그는 “그냥 비슷했다. 그냥 휘슬이 불리면 집중하고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결과가 좋아서 힘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며 밝게 웃었다.

시즌 도중 합류했기에 팀 적응이 쉽지는 않을 터. 그런데도 그는 “몹시 어려운 것은 없다. 선수들도 다 나를 도와주고 있다. 우리가 훈련도 많이 하고 미팅도 많이 하고 힘든 일정이라 그냥 서로 ‘힘들지? 힘내자’ 이렇게 하면서 뭐가 한마음 한뜻이 됐다. 그냥 ‘쟤도 나랑 똑같겠지?’ 이러면서 서로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라며 팀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경기 전에 미팅할 때 세터 포지션은 따로 미팅을 갖는다. 이 미팅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동료들에게 고른 공격 배분이 가능한 비결로 경기전 미팅을 꼽았다. 요시하라 감독에 대해서는 “확실히 더 디테일하다. 여러 가지 해결책들을 주신다. 플레이할 때 도움이 되고 있다”며 새로운 지도자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의 이나연은 1년의 공백이 무색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제공= KOVO

흥국생명의 이나연은 1년의 공백이 무색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제공= KOVO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 사실 조금 신기하다”며 말을 이은 그는 “TV로 V-리그 경기를 볼 때는 오히려 더 재밌었다. 예전에는 내가 뛰는 팀이 이겨야 했는데 지금은 그냥 팬의 입장에서 보니까 (결과가)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됐다. ‘이겨야 하는데’ 이런 생각 없이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재밌더라. 스트레스도 없이 재밌게 봤다”며 밖에서 배구를 지켜보면서 느낀 감정을 전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돌아온 것일까? 거기에는 코트를 떠날 때 남겨졌던 미련이 남아 있었다.


“사실 내가 아쉽게 은퇴했다. 그때는 코트에 들어가는 것이 자신감이 없었고 그런 상태로 찝찝하게 은퇴했다. 그 찝찝함을 털어내고 싶은 마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큰 부담 없이 돌아왔다. 남편도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못 해도 괜찮다”고 격려해줬고 구단에서도 “우리는 리빌딩하는 중”이라며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했다.

이나연은 V-리그에서 13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이나연은 V-리그에서 13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그러나 시즌이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 상황은 예상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 흥국생명은 9승 8패 승점 28점으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2위 현대건설(34득점)과 6점 차, 4위 GS칼텍스와 5점 차다.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은 기회가 될 때마다 ‘파이널 진출’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현역 시절 등번호 6번이 주인이 있어서 ‘3+3=6’의 의미로 등번호 33번을 달고 뛰는 그는 “크게 보면 부담이 많이 가니까 한 경기 한 경기 앞에 있는 것만 보면서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이라며 남은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는 흥국생명 어드바이저로 있으며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원더독스를 이끌었던 김연경이 시구자로 나섰다.

김연경 흥국생명 어드바이저가 24일 경기를 앞두고 시구를 가졌다. 사진(인천)= 김영구 기자

김연경 흥국생명 어드바이저가 24일 경기를 앞두고 시구를 가졌다. 사진(인천)= 김영구 기자


원더독스에서 김연경 감독 밑에서 뛰었던 그는 “만나자마자 ‘감독님’이라고 해야 하나 ‘언니’리고 해야 하나 고민됐다. 그래서 그냥 호칭 없이 ‘안녕하세요’라고 했다”며 김연경을 만났던 상황을 떠올렸다.

은퇴 후 1년을 쉰 뒤 원더독스에서 다시 선수로 나섰던 그는 “몸이 안 올라와서 토스도 흔들리고 많이 부족했다. 체력도, 감각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지금은 속으로 ‘원더독스 때 이 정도 컨디션이었으면 그렇게 많이 안 혼났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V-리그에는 두 명의 원더독스 출신 선수가 뛰고 있다. 이나연에 이어 인쿠시가 정관장의 아시아 쿼터 선수로 합류했다.

이나연은 원더독스에서 동고동락했던 인쿠시를 응원했다. 사진 제공= KOVO

이나연은 원더독스에서 동고동락했던 인쿠시를 응원했다. 사진 제공= KOVO


그는 “잘했으면 좋겠다. V-리그를 뛰고 싶어 했다. 잠재력이 좋은 친구고 성실하니까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옛 동료를 격려했다.

이어 “(원더독스에서 뛰었던 친구들) 다 (V-리그에서) 뛰어도 된다. 내가 뭐 ‘얘는 뛰어도 되고, 쟤는 안 되고’ 이렇게 판단할 입장은 아니다. 다들 배구에 진심인 선수들이다. 누군가 도전한다고 하면 응원해 줄 것”이라며 함께 고생한 동료들을 응원했다.

[인천=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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