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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포스트(PC사랑)=이백현 기자]
인터넷 여론은 종종 현실보다 훨씬 분노해 있고, 극단적으로 보입니다. 댓글창을 들여다보면 마치 사회 전체가 분열돼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는 이런 느낌이 실제 인상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데요. 서울대와 UCLA 연구진이 네이버 뉴스 댓글 13년치를 분석한 결과, 온라인 여론은 다수 이용자의 평균적 의견이 아니라 극소수의 고활동 이용자에 의해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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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론은 종종 현실보다 훨씬 분노해 있고, 극단적으로 보입니다. 댓글창을 들여다보면 마치 사회 전체가 분열돼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는 이런 느낌이 실제 인상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데요. 서울대와 UCLA 연구진이 네이버 뉴스 댓글 13년치를 분석한 결과, 온라인 여론은 다수 이용자의 평균적 의견이 아니라 극소수의 고활동 이용자에 의해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공격적인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온라인 여론을 지배하는 '소수의 과잉 발언'
이미지=챗GPT |
서울대와 UCLA 연구진은 한국 최대 뉴스 플랫폼인 네이버 뉴스 댓글 13년치 데이터(2008~2020년), 약 6.2백만 명의 이용자가 작성한 2억6000만 개 댓글을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는 온라인 여론이 어떻게 '소수의 목소리'에 의해 과대 대표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데요. (불균형한 목소리: 뉴스 댓글에서의 참여 불평등과 적대적 참여, Disproportionate Voices: Participation Inequality and Hostile Engagement in News Comments, 김범석·노선혜, 2025)
연구 결과, 네이버 뉴스 댓글은 참여 구조 자체가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상위 10% 이용자가 전체 댓글의 약 50%를 작성했고, 특히 상위 1% 이용자가 다른 모든 집단과 비교해 23~30배 수준의, 압도적으로 많은 댓글을 작성했습니다. 즉, 댓글 창에서 보이는 '여론'은 다수 이용자의 평균적 의견이 아니라, 극히 소수의 고활동 이용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가깝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것입니다. 하위 50% 이용자는 전체 댓글의 15% 미만을 작성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같은 불균형은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지만, 정치·사회 뉴스에서 가장 심각했습니다. 정치 뉴스는 댓글 참여 불균형 지표(Gini·Palma)가 가장 높았고, 기사 조회 수가 높을수록, 즉 이슈가 커질수록 소수 이용자의 영향력은 커졌습니다. 대통령 선거, 탄핵 국면 등 정치적 이벤트 직전에는 불균형이 급격히 확대됐죠. 중요한 사회적 국면일수록, 오히려 더 적은 사람의 목소리가 여론을 덮는 구조가 나타난 셈입니다.
이 연구의 중요한 부분은 '많이 말하는 사람'과 '공격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을 실증했다는 데 있습니다. 상위 1%·10% 이용자는 하위 이용자보다 무례한 표현(욕설·인신공격) 비율이 훨씬 높고 혐오 표현(특정 집단을 겨냥한 발언)도 유의미하게 더 많았죠. 특히 상위 1% 이용자는 일반 이용자보다 혐오 댓글 비중이 약 2~3배 높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댓글 공간은 소수의 '고활동 + 고공격성' 이용자에 의해 분위기와 톤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문제의 핵심을 '다수의 침묵'이 아니라 '소수의 과잉 발언이라고 짚었는데요. 다수 이용자가 댓글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부 이용자가 과도하게 많이, 반복적으로 발언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즉, 온라인 여론 왜곡의 원인은 '대중의 무관심'보다 '소수의 과잉 참여'에 가깝다는 결론입니다.
이 같은 연구는 댓글·온라인 여론이 사회 전체의 축소판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특히 온라인 공론장은 구조적으로 대표성을 갖기 어렵고, 정치·사회 이슈에서 목소리 큰 소수, 그리고 공격적 언어가 '전체 여론'처럼 보이는 착시를 만들어냅니다.
연구진은 이런 구조가 공공 인식과 민주적 토론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죠. 결과적으로 온라인의 극단적인 여론은 다수의 평균적 의견이 아니라, 극소수의 고활동 이용자가 반복적으로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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