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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화하는 민주당, 급진 우파의 배출구 키운다 [숫자로 본 대한민국]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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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뜨거운 정념(情念) 대신 숫자에 기반해 통념을 깨고, 우리가 마주한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올바른 길을 모색합니다.


우클릭 뚜렷한 민주당 정책들
방치되는 사회 약자들 목소리
일자리에 분노하는 젊은 계층


지난 2025년 2월 19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MBC 유튜브 갈무리

지난 2025년 2월 19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MBC 유튜브 갈무리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눈에 띄게 중도 색채가 강해지고 있다. 지지자 구성부터 그러하다. 갤럽 정례 여론조사 자료로 민주당 지지자의 평균적인 이념 점수(보수·중도·진보에 각각 1‧0‧-1점을 부여해 가중평균하는 방식)를 구해봤다.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0.38~-0.39 정도를 유지하다가 하반기에 –0.33으로 절대값이 작아졌다. 그만큼 민주당 지지자 중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전체 응답자 비율도 민주당의 중도화를 시사한다. 전통적으로 갤럽 정례조사 내 응답자 이념 분포는 민주당계 정당과 보수 정당의 세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였다. 국민들의 실제 이념 분포는 꽤 안정적이기 때문에, 응답자의 이념 분포는 어느 편이 더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느냐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압도적 지지를 얻던 2017년 7월 '진보' 비율은 35%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올 하반기 진보 비율은 26, 27%로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원인은 두 가지다. 먼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대졸 중산층이 예전보다 나이가 들고, 자산이 늘면서 증세보다 상속세 인하를 선호하는 '중도'가 되고 있다. 또 민주당이 내건 의제도 지지자 스스로를 '진보'라 규정하기 힘든 것들이다. 의료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 민주당 정부가 고령자나 저소득층을 겨냥한 보장성 확대 정책을 주로 내세웠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방향이 다르다. 그는 원인과 상관없이 탈모가 질병이라며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같은 탈모약도 보험 적용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민주당의 중도화는 국민의힘이 이전보다 훨씬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움직인 만큼 오른쪽으로 따라붙으면 중도 유권자를 훨씬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국민의힘 지지자의 이념 점수는 0.60이다. 2021년 0.48, 2022년 0.52에 비해 현저히 수치가 높아졌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양대 정당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필연적으로 왼쪽은 비게 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위헌판결을 받은 토지공개념을 다시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의당이 몰락하고, 진보당‧사회민주당 등 다른 정당이 비례 위성 정당으로 민주당 중력권에 묶여있는 틈에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문제는 진보 정치 세력이 없거나 약하다는 데 있지 않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불만과 이해관계를 기존의 정치 언어가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More jobs than social protection?)에서 34세 이하 청년을 노동 시장 지위에 따라 4개 집단으로 나눈 뒤, 그들의 정책 선호를 분석했다.


네 집단 모두 △기업의 일자리 창출 및 상향 이동 지원(65.4%)을 △소득 보장(23.3%)이나 △직업 훈련 강화(11.4%)보다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플랫폼 노동자나 아르바이트생 등 ‘불안정한 외부자’ 집단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로 일자리의 질과 양 개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청년 수당이나 새벽배송 금지 같은 게 아니라, 안정된 근로 조건과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란 얘기다.

정치가 대표하지 못하는 불만은 다른 출구를 찾는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처럼 선명한 좌파이거나, 프랑스 국민전선 같은 급진 우파이거나 '부패한 엘리트'에 대항해 싸우겠다는 세력이 등장한 이유다. 한국의 경우 민주당에 끌려다니는 좌파보다 오히려 급진 우파가 분노의 배출구가 될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진보 성향의 '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헤게모니를 쥔 상황에서 그에 대항하는 헤게모니는 오른쪽에서 발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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