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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시기로 망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의 대학은 위기다. 상아탑의 권위를 지키면서도 변화한 사회에 맞는 인재 배출에도 충실한 새로운 대학의 좌표를 전문가 칼럼 형식으로 제시한다.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작년보다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시 과목에서 정답을 모두 맞힌 전체 만점자는 5명(재학생 4명, 졸업생 1명)으로 작년(1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
올해에도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전국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어 1등급 비율이 3.11%에 불과할 정도로 시험이 어려워 많은 대입 지망자가 수시전형에서 정시전형으로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능은 이처럼 난이도 예측이 어렵다는 점뿐 아니라 문제가 너무 어려워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점, 또 학생 간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고 인성교육을 저해한다는 점도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수능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일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수능 개편방안은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수능의 난이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난이도를 낮추면 사교육도 줄어들고 학부모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절대평가를 확대하고 대입 전형단계에서 내신에 기반한 수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방안들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제도는 안 바뀌는 것일까.
그래픽=송정근 기자 |
먼저 난이도 문제를 살펴보면, 난이도를 낮추지 못하는 것은 변별력 때문이다. 상위권 대학이나 인기 학과에 입학할 학생들을 걸러내는 데 수능이 변별력을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상위권의 소수 학생들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능을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학생 선발의 궁극적 책임은 정부가 아닌 대학이 져야 한다. 그러나 대학 역시 스스로 책임지기보다는 정부가 실시하는 수능이라는 잣대에 기대는 것이 더 편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음으로 절대평가 확대가 어려운 것은 당연히 학생 간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마다, 학교마다 제각각 평가기준을 마련해 절대평가를 실시한다면 대학은 평가결과를 믿기 어렵다. 모든 학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평가기준을 만들어놓지 않는다면, 대학이 절대평가에 기반한 내신 결과를 학생 선발에 활용하기 어렵다. 지금은 공통 평가기준이 없으니 내신보다는 수능이라는 객관적이지만 불합리한 평가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수능 문제 해결방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대학의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이 자기 책임으로 학생을 뽑아야 하고 뽑게 해야 한다.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는 지원자 면접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둘째, 모든 고등학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절대평가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대학이 내신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되면 수능이 변별력을 제공해야 할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난이도도 낮아질 수 있다.
공통의 평가기준은 17개 교육청이 함께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하나의 예가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이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국제교육재단(IBO)이 공통 평가기준을 제공할 뿐 아니라 각 학교의 평가결과를 검토하고 학교 간 차이를 보정해준다. 이와 유사한 기능을 17개 교육청이 함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때 필요하다면 각 지역별, 학교별 특수성이 반영될 여지를 남겨둘 수 있다. 교사들은 이러한 평가기준 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자기가 하던 대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교권을 빼앗긴다고 여기는 교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내신의 역할을 강화해 오히려 교권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 간 경쟁을 완화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사실 상대평가 기반의 내신이야말로 교실 내 학생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며, 공정성 논란과 학부모 민원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에 대해 이제는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대학도 책임성을 발휘해야 하지만 교육청, 학교, 그리고 교사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