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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품속에 가기로 마음먹어” 북한군 포로의 편지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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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軍에 생포된 2명 모두 직접 편지로 귀순 의사 밝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리모(왼쪽)씨와 백모씨.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리모(왼쪽)씨와 백모씨.


국내 탈북민 단체가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 귀순 의사가 담긴 자필 편지를 24일 공개했다. 편지에서 이들은 “한국에 계시는 분들을 친부모, 친형제로 생각하고 그 품속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 국회의원 면담 등을 통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자필 편지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20대인 북한군 포로들은 지난해 10~11월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병됐다가 지난 1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북한군 포로를 만난 분쟁지역 전문 언론인을 통해 최근 두 사람이 쓴 자필 편지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한국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새로운 꿈과 포부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만날 그날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우크라이나 수용소에서”라고 적었다.

◇“한국분들 응원 받아 새로운 꿈과 포부 생겨”

국내 탈북민단체들은 지난 10월 북한군 포로들과의 접견이 성사된 언론인을 통해 두 사람을 응원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자필 편지와 북한 음식 등을 전달했다. 탈북민 수십 명은 이들에게 쓴 편지에 “서울에 오면 엄마도 누나도 돼주겠다” “우리가 뒤에 있으니 어떻게든 살 궁리해라”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탈북민들의 응원 편지를 전달받은 북한군 청년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자필 편지를 작성했다고 한다.

겨레얼통일연대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귀순 의사를 담아 쓴 자필 편지. 2025년 10월 28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에는 “우리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한국에 계시는 분들을 친부모, 친형제로 생각하고 그 품속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적혀 있다.

겨레얼통일연대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귀순 의사를 담아 쓴 자필 편지. 2025년 10월 28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에는 “우리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한국에 계시는 분들을 친부모, 친형제로 생각하고 그 품속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적혀 있다.


북한군 포로의 자필 편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응원 편지를 보낸 국내 탈북민들에게 “우리를 친아들, 친형제로 대해주시는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느꼈다”며 “이 비극이 새로운 생의 시작이라 생각하며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편지를 공개한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북한군 포로들이 직접 쓴 편지가 맞다”며 “두 청년은 대한민국으로 귀순할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외교부를 찾아 이들의 귀순 의사를 전달했고 외교부로부터 노력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군 포로 2명은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지난 1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이들을 보호·처리 중이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 전쟁 포로들을 송환했지만, 여기에 해당 북한군 포로 2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철환 특파원2월에 본지와 인터뷰하는 북한군 포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돼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이다 포로가 된 북한군 리모(오른쪽)씨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포로수용소에서 본지 정철환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리씨는 당시에도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철환 특파원2월에 본지와 인터뷰하는 북한군 포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돼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이다 포로가 된 북한군 리모(오른쪽)씨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포로수용소에서 본지 정철환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리씨는 당시에도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본지는 지난 2월 이들과 첫 언론 인터뷰를 했고, 이 중 리모(26)씨는 당시에도 “대한민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찾은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과 면담에서도 “한국으로 꼭 가고 싶다”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 당시 유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서 이들은 “아마 지금 내가 포로 신세가 돼서 교환을 해가지고 조국에 간다고 하면 부모는 벌써 없을 거예요. 그거 생각하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이들의 자필 편지는 두 사람 모두 한국 귀순을 희망하는 ‘증거’로 봐야 한다는 게 탈북 단체들의 견해다. 지난달 전 세계 약 80개 북한 인권 단체가 참여하는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북인협) 주최로 ‘북한군 자유 송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 등은 ‘북한군 포로 자유 송환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북한군 포로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재명 정부도 이들의 귀순 의사가 확인되면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대 정부 사이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데려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들이 포로가 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들의 송환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달렸지만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제3의 기구를 통한 본인 의사 확인 절차 등 송환을 위한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도 적극적이지 않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재명 정부 역시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인 것”이라고 했다. 향후 남북 관계 전개 양상에 따라 북한군 병사들이 국제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북한은 총 1만5000여 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냈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전사자 약 600명을 포함해 4700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보고했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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