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병건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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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반년 만에 자주파 전면에
‘한·미 같은 생각’이 대북 레버리지
북·미 직거래 땐 한국만 소외 처지
한·미 관계는 보통 이런 식이다. 보수건, 진보건 역대 정부마다 한·미 관계를 놓고 예외 없이 “빛 샐 틈 없다”고 자평하는데, 실제로 이런 물밑 소통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물론 미국 측이 때론 격한 말을 쏟아내지만 어쨌든 소통이 안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 이런 한·미 관계에서 ‘자주파’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그간 트럼프 정부와의 첫 대면을 앞두고 조심하던 자주파가 이젠 동맹파를 압박하며 대북 정책의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전면에 나섰고, 진보 정부 전직 관료들이 엄호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반년 만에 동맹파는 외로워지고 있다.
자주파는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 관계의 전향적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빨리 남북 단절 상태를 해소해 한국도 적극적으로 대화의 흐름을 타야 한다고 본다. 또 자주파의 인식에는 ‘남북 관계는 한국이 주도해야지 미국에 맡겨선 안 된다’는 정서가 깊숙이 박혀 있다. 그래서 이참에 미국의 대북 제재도 해소해야 한다고 믿는다.
외교안보 전략에서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는 당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주파의 행태를 무조건 일축할 이유는 없다. 그보다는 자주파의 접근대로 하면 미국이 따라오고, 북한도 바뀔지 냉정하게 따지는 게 우선이다.
김정은의 핵 폭주를 거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일은 없다는 게 더욱 명확해졌다. 또 문재인 정부의 북·미 중재 외교를 경험했던 북한은 한국에 의존하지 않고 북·미 직거래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그 상징적 장면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이다. 당시 미국도, 북한도 한국 정상이 함께하는 3자 회동에 반대하면서 결국 판문점 자유의집 안으로 들어간 건 트럼프·김정은 두 사람이었다.
내년 4월을 앞두고 지금 이재명 정부가 대비해야 할 건 두 가지다. 먼저, 2019년처럼 한국을 노골적으로 배제한 북·미 정상 회동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이 한국을 상대하도록 하는 강력한 레버리지는 한국을 배제해서는 북·미 간 거래가 어렵다는 점을 한·미 소통으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트럼프 정부가 혹여라도 북핵을 용인하며 북·미 직거래를 하려 한다면 물밑에서 결기 있게 대응하는 것이다. 북핵 포기가 최종 목표임을 확인시키면서, 북핵 포기를 위한 중간 단계로 북핵 억제를 추진할 때 ‘과도기’ 한국에 안보 보완책을 제공·용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트럼프 정부와 합을 이뤄야 가능한 얘기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비무장지대 출입을 놓고 유엔군 사령관을 비판하고, 대북 제재를 놓고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아무 소용 없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되 ‘빛 샐 틈 없는 소통’으로 트럼프 뒤엔 한국이 있음을 북한에 보여주고, 미국엔 한국과 같이 가야 일이 성사된다는 걸 확인시키며, 그 이면에선 안보 대책을 최대치로 얻어내는 게 상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핵은 북핵대로 방치되고, 남북 관계는 북한에 매달리며, 미국엔 소외되는 기이한 처지에 몰릴 수 있다.
채병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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