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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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돼지고기 섭취 감소
회식 기피로 우육 소비도 줄어
더 건강한 육류 메뉴 고민해야
그런데 올해 초에 식당에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육가공업체의 지인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지난 30여년 간 한 번도 없었던 일, 삼겹살의 재고가 쌓이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미국산 수입 소고기의 가격 폭등으로 인해 소고기 구이 외식 업체들 역시 고객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서는 빅데이터 기업 오픈서베이가 운용 중인 ‘푸드 다이어리’ 데이터에서 고기구이 관련 데이터를 추출하여 변화 추이를 분석하였다. 푸드 다이어리는 우리나라 국민 인구 구성비에 맞게 선발한 패널들이 매일 섭취하는 모든 음식을 기록·관리하는 데이터이다.
우리 랩은 이 분석을 수년 전부터 진행해 왔는데, 돼지고기 구이 섭취는 섭취 빈도 기준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분석에서 2025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섭취 빈도가 감소하였음을 발견하였다. 이전 2년 평균 대비, 최근 1년(2024년 6월~2025년 5월)의 삼겹살·앞다릿살·목심 등 돼지고기 구이 섭취 빈도가 3.7% 감소한 것이었다.
특히 가정 내에서 돼지고기를 직접 구워서 먹는 빈도가 8.7% 감소한 반면, 외식에서는 1.3% 증가한 수준에 머물러 전체적으로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고기 등심·안심 등의 우육 구이도 6.3% 줄었으며, 갈비·불고기로 대표되는 양념 우육 구이도 6.8% 감소하였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K바비큐 문화의 본진에서 뭔가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기구이 섭취가 줄면 쌈채소 섭취도 줄어든다. 이런 변화의 원인이 무엇일까? 우리는 여러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변화 요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함께 모여서 식사하는 것에 대한 불호가 고기구이 소비를 줄이고 있었다. 회사에서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점심때도 각자 혼밥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피스 밀집 지역에는 덮밥·돈가스·샐러드·라멘 등의 혼밥에 유리한 메뉴를 다루는 식당들이 늘고 있음이 관찰된다. 심지어는 가정 내에서도 각자 원하는 음식을 각자 배달 앱으로 주문해서 각자 먹는다. 한 손에는 젓가락을,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 콘텐트를 보면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훨씬 즐겁다는 믿음이 전 연령대에 확산되고 있다.
둘째, 주거 형태의 변화가 구이 문화의 퇴보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심지역은 오피스텔 형태의 주거가 일반화되면서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유증기와 냄새가 부담스러워졌고, 이웃에 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배려심으로 냄새가 나는 음식의 조리를 더욱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기뿐만 아니라 생선구이도 가정 내 조리 빈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셋째,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지방이 적은 고기를 적정량 섭취하고자 하는 트렌드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섭취량 통제가 어렵고 상대적으로 지방이 많은 고기를 섭취하게 되는 고기구이 식당에 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폐업하는 고기구이 식당들이 늘고 있는데, 특히 주택가 쪽의 고기구이 식당들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기 불황, 외식 물가의 상승, 인구 구성비의 변화 등의 또 다른 외부적 요인도 더해져 수십년간 성장하던 고기구이 식문화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다시 고기구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는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단백질 섭취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더 건강한 단백질을 간편하게 섭취하겠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니 고기를 안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먹는 형식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제육덮밥을 위시한 고기를 얹은 덮밥류, 국밥, 1인 샤부샤부, 고기를 얹은 샐러드 등이 외식이나 간편식으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무엇이 더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접어 두자. 지금 소비자들이 무언가를 섭취할 때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더 편리하고, 더 건강하고, 더 맛있는 메뉴를 개발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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