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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 과학 산책] 미래가 던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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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다시 연말이다. 보통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의 계획을 세우는 때다. 누구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 죽음으로 삶을 마치지만, 대개 죽음을 의식하며 현재를 살아가진 않는다. 그러나 몸의 이곳저곳이 예전 같지 않은 나이가 되면, 내년의 계획보다 남아 있는 생의 길이를 가늠하게 된다. 은퇴까지의 몇 년 동안 집중할 연구와 교육의 방향, 은퇴 후 계획, 건강 나이가 끝난 후의 삶 등, 연말에 온갖 고민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건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 같다.

삶의 끝을 의식하는 나이로 세상을 바라보니, 현대 인류는 죽음과는 전혀 무관한 듯한 태도로 질주하는 청년처럼 보인다. 영원한 성장이 가능할 듯 경제성장률과 GDP 확대만을 외치는 목소리 속에, 물질적 풍요란 모토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 세계를 휩쓸어 간다. 그러나 불과 200년의 산업 활동만으로도 인류는 지구 표면을 비가역적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중이다. 그 와중에 기후위기 속 인류의 존속 가능성, 문명의 회복력 같은 거창한 고민이 개인적 생각과 뒤섞인다.


시선을 더 멀리 두면 결국 가장 근원적인 실존적 고민에 이르곤 한다. 나라는 개인의 죽음, 화석 속 생명처럼 언젠가 인류도 필연적으로 맞이할 멸종, 약 10억 년 후 밝아진 태양으로 인해 고등 생명은 살아갈 수 없는 황량한 공간이 될 지구.

과학이 들려주는 이 모든 객관적 사실과 피할 수 없는 종언의 운명 앞에서 21세기에 발 딛고 있는 내 삶의 의미,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과 사고의 가치가 무엇인지 자문하곤 한다.

몰아치는 생각의 흐름 속에서도 불현듯 신정에 찾아올 두 아들이 떠올랐다. 함께 즐길 음식에 대한 고민과 함께. 138억 살의 우주 속 또 한 바퀴의 공전을 준비하는 지구 위, 영겁 속 찰나의 시간을 공유하는 독자 여러분은 미래의 어느 곳을 바라보며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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