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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1400조 나랏빚이 울리는 ‘조기 경보’

조선일보 방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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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채發 고금리’ 위험 신호
韓銀 금리 묶어도 국채 금리 올라
1400원 환율 경보에 태평하더니
나랏빚 대책도 뒷북만 반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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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을 전망하는 글로벌 기관들의 보고서가 쏟아지는 때다. 보고서들을 훑어보면, 내년 글로벌 경제엔 세 가지 위험이 있다고 한다. 첫째, AI(인공지능) 거품 논란이다. 둘째, 지정학적 균열이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게 재정 안정성 문제다. 다시 말하면 선진국 국가채무발(發) 고금리 리스크다. 글로벌 리스크 셋 중 재정 문제가 한국에도 가장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나랏빚을 내 돈을 풀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과거보다 10%포인트쯤 높아졌다. 이에 기준금리를 내려도 국채 금리는 올라갔다. 예컨대 미국은 작년 9월부터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내렸지만, 국채 10년물 금리는 3%대 중반에서 4% 초반으로 올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대응한다고 2020년 역대 처음으로 재정 적자가 100조원을 넘기더니 그 추세가 계속된다. 세수보다 지출이 많아 올해 말 국가 채무는 1300조원을 넘기고 국가 채무 비율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5.4%보다 15%포인트 가까이 오른 49.1%를 기록하게 된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는 ‘확장 재정’이라는 가속페달마저 밟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재정 적자는 108조원에 연말이면 국가 채무는 1413조원에 달하고 국가 채무 비율은 처음 50%를 넘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나랏빚 급증에 대한 ‘조기 경보’는 시장 금리에서 나왔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작년 5~6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당시 2.3%쯤이던 금리는 지난달 말 1년 4개월여 만에 3%를 넘어섰다. 정부는 6월 13조원 소비 쿠폰 등을 나눠주는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20조원 가까운 국채를 추가 발행한다고 했다. 그러자 당초 200조원을 조금 넘던 올해 발행 계획보다 10%쯤 국채를 더 찍어 시장 금리 상승을 자극한다는 말이 나왔다. 내년 국채 발행 계획은 230조원에 육박한다.

고금리가 끝이 아니다. 201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1980년대 초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 이론을 제시했다. 나랏빚이 늘면 중앙은행은 정치적 압력 때문에 기준금리에 손을 대지 못하고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를 묶어도 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오르는 지금 한국에 대입하면, 앞으로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도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렵게 되고 물가 고삐가 풀리게 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데, 더 불안하다.

현재 한국은 국제적 기준에선 재정 건전성이 좋다는 말을 듣는 나라다.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밑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손으로 이런 좋은 평가를 훼손할 이유가 없다. 특히 글로벌 기관들이 내년에 선진국 재정 리스크를 우려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국가채무 급증을 막을 정공법도 있다. 규제를 풀고 각종 비용을 낮춰 기업과 가계를 다시 뛰게 해서 세수를 늘리고, 나랏빚보다 경제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이다. 누구도 자녀에게 빚더미를 남겨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권자로서 국민은 쉽게 ‘(후대가 갚을) 나랏빚을 늘리자’는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고 있다. 그래선 안 된다.

원화 환율이 9월 달러당 1400원 선을 넘어 ‘조기 경보’가 울렸는데도 정부 경제팀은 태평하다가, 1500원에 육박하자 부랴부랴 기업, 증권사 팔 비틀기 식 고환율 대책을 쏟아냈다. 나랏빚을 두고도 같은 행태를 반복할 것인가. 거시 경제 운용에 있어 걷잡을 수 없는 고금리, 고물가라는 ‘빨간불’이 켜지면 이미 때가 늦은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팀이 진짜 할 일을 하는지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

[방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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