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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끝내 '위헌 논란' 정통망법도 강행…2박3일 필버 정국 종료

중앙일보 김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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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 둘째)가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 둘째)가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언론사와 유튜버 등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24일 강행 처리하며 2박3일 동안 이어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막을 내렸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재석 177명 중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전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법안”이라며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하지만 24시간 뒤인 이날 오후 12시쯤 민주당은 범여권 정당과 함께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통과시켜 강제 종료시킨 뒤 곧바로 법안 표결에 나섰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전날 처리한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앞으로 남은 본회의 일정이 불투명한 만큼 올해 국회가 사실상 필리버스터 대치를 끝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현행법의 ‘불법 정보’에 더해 ‘허위·조작 정보’를 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 이들 정보를 유포해 손해를 유발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액 배상 책임을 물리는 게 핵심이다. 법안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를 ‘허위 정보’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를 ‘조작 정보’로 규정해 제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언론사·유튜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 추진 단계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계속해 논란에 휩싸인 이 법안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최종안이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회는 ‘손해를 가할 의도’와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등 고의성이 분명한 허위·조작 정보 유통만 금지한다는 조항을 배제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으로 이 조항을 다시 추가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폐지 필요성을 강조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사생활 관련 정보라는 단서를 붙여 되살아나 끝까지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위헌이 명백한 악법이자 전 국민 입틀막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오로지 연내 처리라는 시한에 쫓겨 졸속 입법을 한 것”이라며 “두 개의 악법 모두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전날 필리버스터에서 “다수 의석을 무기로 권력을 비판하는 모든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강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노종면 의원)고 반박했지만, 언론과 법조계에선 “언론 보도는 물론 일반 국민의 표현도 옥죄게 될 것”이란 비판이 분출했다.


핵심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건 “허위·조작 정보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처벌과 직결되는 조항인데도 의미가 모호해 악용될 경우 권력 집단을 향한 언론의 의혹 제기 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나오는 통일교 연루 정치인 의혹 보도도 충분히 이 법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과학 논문을 쓰는 게 아닌 이상 기자는 제보자를 믿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고, 팩트는 시간이 흐르며 증명되는 건데 정치인이 ‘손해를 입힐 목적’이라며 이 법을 근거로 신고하면 피해갈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마다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면 권력 비판 보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로 법 규정이 만들어지고 대법원에서 판례가 확립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사이 모호한 규정을 악용한 피해가 속출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자본과 국가 권력 감시를 표방하는 시민단체 디지털정의네트워크의 오병일 대표는 “지금도 허위 정보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 허위로 사기를 치면 형법, 허위로 선거 시기에 다른 후보자를 공격하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며 “이 법이 왜 있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법무부가 “전체의 취지를 살펴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듯이 내용 중 일부에 문제가 있더라도 ‘허위 정보’로 규정한 대목도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손지원 커뮤니케이션법 연구소 대표변호사는 “몇 분짜리 영상 전체에서 한 마디가 사실이 아니면 영상을 내려야 한다는 건데, 전체적인 정보의 가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엔 ‘법원이 판결로 인정한 허위·조작 정보 등을 2회 이상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때문에 ‘이중 규제’ 논란도 크다. 법원행정처도 이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배액 배상 대상이 되는 언론 등의 기준(정보게재 수, 구독자 수, 조회 수 기준)을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것 역시 모호한 조항이란 비판이 나온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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