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과 환경보건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8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14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국가의 부재를 인정한 ‘참사’로 규정하고, 피해 배상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가 폐에 치명적 손상을 입혔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15년 만이다. 만시지탄이다. 대형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는 24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하고, 기존 ‘피해 구제 체계’를 정부의 ‘배상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동안 피해 구제 절차를 총괄해온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는 폐지하고,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한다. 요양급여 등 제한적 구제급여에 그쳤던 지원은 치료비와 위자료, 사고로 인해 잃은 소득분까지 배상하도록 확대된다. 피해자의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지원을 확대하고, 추모사업도 본격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다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관리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겠다”고 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이윤에 매몰된 기업의 무책임에, 치명적 화학물질이 생활 청결제로 쓰이도록 방치한 정부의 관리 부재가 더해진 합작품이다.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로 그 인과관계가 확인된 2011년이었다. 피해자들이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2014년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6년 1심에서는 제조업체에 5억4000만원 배상을 선고하고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당시 공무원 등을 조사한 결과가 항소심 재판에 추가 증거로 제출되면서 지난해 2월 2심 판결에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됐고, 그해 6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법원이 기업을 넘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기까지 10년이나 걸린 것은 참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는 교훈이기도 했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게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하지만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하는 사회적 참사는 되풀이되고, 국가가 책임을 회피할 때마다 참사 피해자들의 고통과 참담함은 깊어졌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진실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곧 1년을 맞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은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한 채 진실이 뭔지 묻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기억하고 치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회적 참사들이 많다.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지난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고, 조롱과 혐오를 견디며 싸워야 했던 피해자·유족의 아픔을 더욱 보듬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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