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데이미언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데이미언 허스트 |
2026년 병오년 미술계 담론을 주도할 주요 국공립·사립 미술관이 역대급 전시 라인업을 발표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 3월 자본과 예술의 경계를 묻는 영국 거장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첫 회고전을 개최한다. 삼성 리움과 호암 미술관은 구정아와 김윤신의 대형 개인전으로 강력한 '여풍(女風)'을 예고했으며, 글로벌 파워 기획자인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대규모 퀴어 그룹전을 통해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논쟁과 확장을 꾀한다. 내년 미술계는 자본, 여성, 퀴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전망이다.
올해 론 뮤익 개인전으로 53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에는 '영국의 악동' 허스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또 한 번의 블록버스터 전시를 예고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허스트를 "자본을 실험한 작가"라고 정의했다. 김 관장은 "자본은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파고들어 제약과 과학의 이름으로 영생의 환상을 심어주었다"며 "데이미언 허스트는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작품 등을 통해 불멸과 죽음, 그리고 신의 경지에 이른 자본의 속성을 포착해낸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초기작부터 최신까지 작가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해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이불과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을 선보였던 리움과 호암 미술관은 내년에도 여성 작가에 대한 집중 조명을 이어간다. 그동안 미술사와 비평 담론에서 소외됐던 여성 작가들의 선구적 작업과 근현대미술 소장품을 새롭게 재조명한다. 우선 리움은 내년 5월 전 세계 1세대 여성 설치미술가들의 선구적 작업을 모은 그룹전 '환경, 예술이 되다-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실험 1956-1976'을 개최한다.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와 협력한 이번 전시는 빛, 소리, 일상적 소재 등을 활용해 관객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상호작용하는 몰입형 환경을 선사한다. 이어 내년 9월에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대표했던 '구정아 개인전'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호암미술관은 내년 3월 한국 여성 조각 1세대를 대표하는 김윤신의 70여 년에 걸친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첫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호암미술관 역사상 첫 한국 여성 작가 회고전을 여는 김윤신의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전시 전경. 호암미술관 |
2026년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전시는 김선정 감독이 이끌 전망이다. 그는 내년 3월부터 6월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대규모 퀴어 그룹전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을 개최한다. 홍콩 선프라이드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전시는 길버트와 조지, 로버트 라우션버그, 데릭 저먼, 애니 리버비츠 등 거장들의 작품을 포함해 총 70여 명 작가의 다채로운 시선을 한자리에 모은다.
아트선재센터는 이번 전시가 "퀴어 미술의 다층적인 지형을 조망하며, 트랜스적 존재 조건과 퀴어적 시공간성을 탐구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선프라이드재단 소장품 중 김성환 작가가 선별한 27점을 소개하고, 김아영, 마리아 타니구치, 마크 브래드퍼드, 오인환, 이강승 등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신작과 기존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이어 내년 10월에는 조각가 최하늘의 개인전을 이어가며 2026년 한 해 동안 퀴어 담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다.
2026년 K아트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결정적인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올해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포문을 연 '이건희 컬렉션' 국외 순회전은 내년 시카고를 거쳐 영국 런던으로 이어지며 한국 미술의 정수를 세계에 알린다. 여기에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BTS 멤버 RM의 개인 소장품이 미국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며 전 세계 젊은 층을 미술관으로 불러모으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M이 직접 기획한 특별전 'RM×SFMOMA'는 내년 10월부터 2027년 2월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는 윤형근, 박래현, 권옥연, 김윤신, 도상봉, 장욱진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은 물론 김환기, 마크 로스코, 앙리 마티스, 조지아 오키프, 파울 클레 등 세계적 대가들의 작품이 함께 걸린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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