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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빚잔치’ 중...부채 골든타임 5년 남았다 [채제우의 오지랖]

조선일보 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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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지랖입니다. 얼마 전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나왔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향후 5년 동안 전 세계 비기축통화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요. 기축통화는 쉽게 말해 전 세계적으로 국제 결제 수단으로 인정되는 화폐죠. 달러, 유로, 파운드, 엔, 위안 등 국가 경제 규모가 크고, 탄탄한 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발행하는 화폐가 대개 기축통화에 해당됩니다. 근데 우리나라, 바로 대한민국이 기축통화가 아닌 나라 중에서 부채 비율이 가장 빨리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500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게 만드는 소식이라니. 무슨 일인지 오지랖에서 알아보시죠.

올해 한국의 빚더미가 크게 불어난 건 사실입니다. 국가 채무는 작년 말 1126조원에서 올해 1300조원대로 증가했습니다. 2025년 1분기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3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죠.

올해 한국의 국가 채무 규모는 1300조원을 넘어섰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올해 한국의 국가 채무 규모는 1300조원을 넘어섰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국가 채무가 늘어난 원인은 다양합니다. 세수는 줄었는데, 연금·의료·복지 예산이 늘었고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내수 시장 부진 등으로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렸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이 몇 차례 집행된 이유가 큽니다. 게다가 글로벌 AI 개발 경쟁이 격화되면서 정부가 GPU 확보, 연구·개발 등을 위해 내년도에 막대한 예산까지 편성하면서 부채는 더 커질 전망이죠. 이런 확장적 재정 정책을 두고 갑론을박이 가능하지만, 이런 다양한 요인들로 부채가 늘어난 사실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부채 규모 자체를 떠나 부채가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IMF의 분석을 보면요.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D2 기준)이 올해 53.4%에서 2030년에는 64.3%까지 올라갈 거라고 합니다. D2는 앞서 말씀드린 국가 채무 외에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합한 것인데요. 이 비율이 무려 10.9%포인트나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 증가 폭은 기축통화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1위이고요. 한국보다 부채 비율이 더 많이 늘어나는 나라는 미국(18.4%포인트), 프랑스(12.9%포인트), 그리고 벨기에,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정도밖에 없는데요. 이 나라들은 모두 달러나 유로 등 기축통화를 쓰는 나라들입니다.

이쯤에서 기축통화국인지 아닌지가 왜 중요하냐는 질문이 드실 수도 있는데요. 기축통화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제 결제 수단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가 화폐를 더 발행해서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압박해서 기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금리를 내리면 달러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져 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한국은행에 따르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0%포인트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진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한국은행에 따르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0%포인트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진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 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부채 비율이 10%포인트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하고, 세수 감소로 추가 적자가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KDI도 2025년 하반기 전망에서 고령화와 복지 팽창으로 앞으로 한국의 정부 지출이 급증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신용등급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심지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2065년 국가 채무 비율 156%를 돌파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가계 대출도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차주별 가계 부채 통계’를 보면 올해 3분기 가계 대출 신규 취급액이 차주 1인당 평균 3852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2분기보다 26만원 늘어난 건데요. 특히 이번 상승세는 2분기 연속 이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해 4분기엔 오히려 368만원 줄었고, 올해 1분기에도 85만원 감소했죠. 그런데 이번 2분기부터 반등하더니 3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신규 대출의 44.6%, 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차주당 평균 대출액이 2억2707만원, 전 분기보다 무려 1712만원이나 늘어났고요. 이건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의 대출 증가 폭이 가장 컸습니다. 2856만원 늘어나 평균 2억8792만원, 40대도 2289만원 늘어나 2억4627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건 해설하면 사실상 30~40대를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이 다시 시작되면서 가계 대출이 급증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올해 들어 집값이 치솟고 있지만 30~40대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럴 만합니다. 요새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 등으로 자산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잖아요. 더구나 현재 정부가 마땅한 주택 공급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 국민들 입장에선 어떻게든 자산 가치 상승에 올라타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겁니다.


최근 국내 30~40대 사이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최근 국내 30~40대 사이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뭐 주택담보대출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치죠. 그런데 지난해 국내 개인사업자들의 부채 연체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21년부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고금리가 장기화된 데다 최근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계에 다다른 겁니다.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한 ‘2024년 개인사업자 부채 통계’를 보시죠. 지난해 12월 기준 개인사업자 연체율(대출잔액 기준)은 0.98%로, 1년 전보다 0.3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 수치는 201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이고, 증가 폭 또한 최대치입니다. 연체율은 2022년 0.36%, 2023년 0.65%로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비은행권의 연체율이 크게 올랐다는 게 우려스러운데요. 지난해 은행권 연체율은 0.19%로 전년 대비 0.06%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상호저축은행·신협·여신전문금융회사·보험사 등 비은행권은 2.1%로 무려 0.72%포인트 급등했습니다. 신용도가 낮은 개인사업자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 대출에 의존하면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얘기죠.

정부의 부채 규모, 가계 대출, 개인사업자들의 연체까지. 한국에서 ‘빚잔치’가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정부 당국은 나름대로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머리를 싸매고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기획재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GDP 대비 3.8% 이내로 관리하는 방침을 마련했고, 부채관리법 강화·추경 동결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은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규제를 이어가고, 가계 부채 증가 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한국 경제의 부동산 문제는 잠재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한국 경제의 부동산 문제는 잠재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최근에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가계 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대출 억제 기조를 예고했는데요. 이 위원장은 앞선 18일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경제의 부동산 문제는 잠재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내년에도 가계 부채 관리가 불가피하다”며 “은행권 가계 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게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인터뷰한 외국 경제학자는 ‘부채는 전기와 같다’고 했습니다. 전기는 세상에 어둠이 드리웠을 때 빛을 밝혀주는 아주 유용한 도구죠. 부채도 국가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 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하지만 부채를 남발하면 국가 경제는 서서히 병들고, 나중에는 정말 필요할 때 어둠을 밝힐 수단이 없어집니다. 전기를 남발하면 감전되듯이 말이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가 부채를 경제 부양의 수단으로 쓸 수 있는 시기가 길어 봤자 5년밖에 안 남았다고 합니다. 당장 내년도 역대 최대 예산이 편성됐는데,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편성된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두 눈을 뜨고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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