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로 음식이 차려져 있다.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전국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수립 위한 대국민 공개논의'를 열고 장례식장 내 일회용 컵·용기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 서비스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탈플라스틱 정책 초안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전망치(1011만 9000톤) 대비 30% 이상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 목표다.
정부가 장례식장을 정책 대상으로 주목한 배경에는 일회용품 감축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접시 수는 연간 약 4200만개로, 국내 전체 사용량(약 2억1000만개)의 20%에 달합니다. 이에 다회용기 전환만으로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서울에서는 일부 대형병원 장례식장을 중심으로 다회용기 사용이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의료원, 서울보라매병원, 시립동부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5개 병원 장례식장이 서울시에 일부 비용 지원을 받아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병원이 202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줄인 일회용품 쓰레기만 522t에 이른다.
정부는 이러한 시범 사업 성과를 토대로 제도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정책의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의 책임 구조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장례식장은 일반 음식점이나 카페와 달리,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상주와 유족이 깊은 슬픔과 혼란 속에 놓이는 공간이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못 쓰게 되면 조문객 접대에 필요한 그릇과 수저를 일일이 설거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2021년에도 식기 세척기 등이 갖춰진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시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장례식장들이 규제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오히려 세척 장비를 없애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제도 시행을 유예했다.
수도권의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다회용기를 쓰려면 세척·보관 시설과 인력이 필수인데, 상당수 장례식장은 이런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며 "제도만 앞서가면 비용과 운영 부담이 장례식장이나 상주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당장 일괄 의무화를 적용하기보다는 시설·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과 단계적 확대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측은 "대국민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종합하여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의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에 관련 업계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및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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