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탄 적 없다더니…"트럼프, 엡스타인 전용기에 8번 탑승"

미국 법무부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 자료를 23일(현지시간) 추가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여러 차례 이용했단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엡스타인의 소장품에서 나온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이 담겼다./AFPBBNews=뉴스1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앞선 공개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이 검게 편집됐다. 다만 전과 비교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다수 눈에 띄었다.

특히 2020년 1월8일 한 검사가 적은 '엡스타인 비행 기록'이란 이메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최소 8차례 탑승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 가운데 4번은 엡스타인의 전 연인이자 성착취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이 동승했고, 한 비행엔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 이름이 가려진 20세 인물이 함께 탑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더 여러 차례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용했다고 코멘트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한 번도 탄 적이 없다고 주장해온 만큼 정치적으로 파장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 밖에도 이날 공개된 자료엔 미 연방수사국(FBI)이 2000년대 초반 트럼프가 엡스타인이 주최한 파티에 참석했다는 여러 제보를 수집한 자료도 포함돼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당 문서들이 공개 후 일시적으로 삭제됐다가 다시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 이유에 대해 법무부가 즉시 답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이 문서 일부엔 2020년 대통령 선거 직전 FBI에 제출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허위 주장이 포함됐다"면서 "법과 투명성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엡스타인 피해자에 대해 법적으로 요구되는 보호 조치를 적용한 상태로 이 문서들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프리 엡스타인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내용이 담긴 한 검사의 이메일/AFPBBNews=뉴스1

한편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2013년과 2014년 미리 작성된 유언에서 자신의 유산 집행인으로 JP모간 임원이었던 제스 스테일리와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을 지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단순한 지인을 넘어 매우 가깝고 깊이 신뢰하는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다만 2019년 작성된 엡스타인의 최종 유언에선 두 사람 모두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의회가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서머스는 2019년 엡스타인이 뉴욕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엡스타인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서머스는 오픈AI 이사회, 싱크탱크 활동, 하버드 대학 교수직 등 모든 공개 활동을 접었다.

법무부는 의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처리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엡스타인 수사 자료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2019년 구속됐다가 구치소에서 사망했다. 공범 맥스웰은 2022년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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