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
현장관리자에게 양주 1병을 상납하고 일을 배우려 했지만 실패한 청소노동자가 이를 말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지만 대법원은 공익성을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현장관리자 A씨가 청소노동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청소업무 현장관리 주임으로 근무하다 퇴직했다. B씨는 국립중앙박물관 시설관리과 공무직 근로자로 미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A씨는 근무 중이던 2020년 7월 B씨로부터 15만원 상당의 양주를 받았다. 전날 B씨가 A씨에게 전화해 "사물함에 양주 1병 넣어둘테니 미리 열어두라"고 했고 A씨는 "다른 사람들에겐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에 B씨는 "몰래 넣겠다"면서 "이거 준다고 돌돌이(청소장비) 사용법 안가르쳐줘도 돼"라고 말했다.
당시 B씨는 청소장비 사용법을 외부기관에 150만원을 내고서라도 배워야겠다고 고민 중이었다. 이에 A씨가 "비싼 돈 들이지 말고 내가 가르쳐주겠다"며 "과외비는 집에 있는 양주면 된다"고 농담조로 대답했다.
이후 B씨는 같은해 8월 노조사무실에서 "돌돌이 사용법 교육 대가로 양주 상납을 요구해서 줬더니 사용법도 안 가르쳐준다"는 취지로 말했고 징계위원회에 진정이 올라갔다. 결국 두 사람 다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B씨가 노조원들에게 자신으로부터 양주 상납을 요구받았단 취지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 법원은 "피고인 B씨가 원고 A씨의 상납요청에 따라 양주를 제공한 것이 아님에도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알림으로써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이 원고에게 있다"면서 "B씨가 돌돌이 사용법을 안가르쳐도 된다고 말하며 양주를 줬다고 하더라도 이를 굳이 언급한 정황 및 전후 맥락에 비춰볼 때 돌돌이 사용법이 양주 제공의 원인이 됐다고 추측 가능하다"면서 허위 사실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노조에 해당 사실을 알려서 B씨 자신도 징계를 받은 점에 비춰볼 때 A씨에게 앙심을 품은 '사적인 이익'으로 사실을 알렸다기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알렸다고 볼 수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mkso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