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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판이 된 계획도시…미단시티·거북섬의 밤

쿠키뉴스 유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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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 카지노 리조트 공정률 24.5% 흉물
올해 3월 기준 거북섬 상가 44개 동 공실률 82.6%
거북섬사기분양비대위 “개발사업의 구조적 실패”
수도권 신도시(영종·운정·다산·민락)도 공실률 우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상공에서 바라본 미단시티 일대 풍경. 왼쪽 상단에 보이는 건물 1층 관리실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24시간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으로 감시 중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상공에서 바라본 미단시티 일대 풍경. 왼쪽 상단에 보이는 건물 1층 관리실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24시간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으로 감시 중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체크메이트. 이 건물만 들어오면 판이 끝날 것만 같았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는 여의도 면적의 93%에 달하는 2.7㎢ 부지에 약 9천억 원을 들여 관광 복합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카지노 리조트와 호텔·상가·도로를 말처럼 배치하면 자본과 사람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리조트 공사를 맡은 시공사는 추가 자금 조달에 실패한 뒤 공정률 24.5%에서 공사를 멈췄다. 새 투자처를 모색하는 동안 골조는 ‘인천공항 옆 최대 흉물’이라는 오명만 남긴 채 5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간헐적으로 굉음을 남기고 사라지는 차량과 왕복 6차선을 건너는 고라니만 이곳을 지난다. 가로등의 텅스텐 불빛은 인적 없는 이 거리를 더욱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지난 18일 밤, 멈춰 선 미단시티를 위에서 내려다본 장면이다. 한때 카지노 리조트를 꿈꾸던 콘크리트 골조가 격자 구조 사이에 고립된 채 서 있다. 그 아래로 관광버스 19대와 트럭 3대가 흩어져 있다.

드론을 띄워 장노출로 촬영한 뒤 화면 상·하단을 흐리게 처리해 ‘틸트-시프트(초점면을 비틀어 피사계심도를 극단적으로 좁히는 기법)’ 효과를 적용했다. 이 기법은 거대한 도시를 모형으로 만들어 근접 촬영한 것 같은 착시를 일으켜 일명 ‘미니어처’ 효과로도 불린다. 여의도에 맞먹는 도시가 축소된 보드게임판이 됐다.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그리고 지운 설계도처럼 작고 아기자기하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위치한 한 교차로 바닥에 차량이 드리프트를 하며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스키드마크(차량이 급감속할 때 마찰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표면에 흡착되며 남는 문양)가 새겨져 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위치한 한 교차로 바닥에 차량이 드리프트를 하며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스키드마크(차량이 급감속할 때 마찰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표면에 흡착되며 남는 문양)가 새겨져 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상공에서 바라본 미단시티 일대 풍경.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상공에서 바라본 미단시티 일대 풍경.


거북섬은 공공이 만든 비극

경기 시흥시 거북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흥시정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거북섬 상가 44개 동 3779개 점포 가운데 3190곳이 비어 있어 공실률은 84.4%에 달한다. 국내 최대 인공서핑장을 내세운 해양레저 단지로 조성됐지만, 일부 건물은 6층 전 층이 통째로 비어 있는 실정이다.

거북섬사기분양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20일 “거북섬의 실패는 민간의 문제가 아니다”며 “공공기관 기획·조성·분양한 개발사업의 구조적 실패로 봐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또 “분양 당시 약속받은 대관람차 등 관광인프라 개발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기도·시흥시·한국수자원공사에 책임을 촉구했다.

지난 19일 새벽 경기 시흥시 정왕동 상공에서 바라본 거북섬 풍경. 화물차와 승용차, 각종 건설자재들이 놓인 건설현장 너머로 거북섬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지난 19일 새벽 경기 시흥시 정왕동 상공에서 바라본 거북섬 풍경. 화물차와 승용차, 각종 건설자재들이 놓인 건설현장 너머로 거북섬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지난 19일 새벽 경기 시흥시 거북섬의 한 상가에서 바라본 대로변 모습. 이날 새벽 거북섬을 드나든 차량은 24시간 무인 편의점에 상품을 넣으러 온 화물차가 유일했다.

지난 19일 새벽 경기 시흥시 거북섬의 한 상가에서 바라본 대로변 모습. 이날 새벽 거북섬을 드나든 차량은 24시간 무인 편의점에 상품을 넣으러 온 화물차가 유일했다.


반복되는 유령도시의 밤

이 같은 실패는 두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천 영종신도시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24.6%를 기록했다. 파주 운정(23.1%), 남양주 다산(15.9%), 의정부 민락(14.6%), 김포 한강(14.3%) 등 수도권 신도시 상당수도 우려스러운 수준의 공실률을 보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두고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도시개발 시행자와 건설사업자가 수익성을 위해 상업시설 비율을 과하게 책정해 왔다”며 신도시 상가 공실 장기화 실태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미단시티와 거북섬은 ‘운 나쁜 두 사업’의 말로(末路)가 아니다. 오랫동안 ‘개발주의’라는 이름으로 만연하던 관행이 응고된 결과다. 상업용지를 키우고 분양수익을 우선시하는 구조 속에서 유령도시가 탄생했다. 손실은 수분양자와 주민, 지역 상인들이 떠안았다. 공공이 개입하는 개발사업일수록 최소한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그리고 그 안에 어느 정도의 수요와 위험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상공에서 바라본 미단시티 일대 풍경. 공사가 중단된 리조트 건물 아래로 번호판이 떼어진 관광버스 19대와 트럭 3대가 늘어서 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상공에서 바라본 미단시티 일대 풍경. 공사가 중단된 리조트 건물 아래로 번호판이 떼어진 관광버스 19대와 트럭 3대가 늘어서 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상공에서 바라본 미단시티 일대 풍경.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상공에서 바라본 미단시티 일대 풍경.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위치한 한 교차로 바닥에 차량이 드리프트를 하며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스키드마크(차량이 급감속할 때 마찰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표면에 흡착되며 남는 문양)가 새겨져 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위치한 한 교차로 바닥에 차량이 드리프트를 하며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스키드마크(차량이 급감속할 때 마찰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표면에 흡착되며 남는 문양)가 새겨져 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리조트 조감도 너머로 공사가 중단된 채 남겨진 콘크리트 골조가 서 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리조트 조감도 너머로 공사가 중단된 채 남겨진 콘크리트 골조가 서 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리조트 인근에 주차된 화물차 전면유리에 ‘방치 자동차 계고문’이 붙어 있다. 계고문에 따르면 차량은 내년 2월 5일에 강제로 이동조치 될 예정이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리조트 인근에 주차된 화물차 전면유리에 ‘방치 자동차 계고문’이 붙어 있다. 계고문에 따르면 차량은 내년 2월 5일에 강제로 이동조치 될 예정이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왕복 6차선 대로변에서 야생 고라니가 길을 건너고 있다.

지난 18일 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왕복 6차선 대로변에서 야생 고라니가 길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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