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면 사람들이 출근했을 때 곰이 저 안에 있었을지도 모르죠."
10일 이와테(岩手)현 모리오카(盛岡)시의 이와테교육회관에서 만난 관계자는 "이른 새벽 시간이라 자동문을 수동으로 전환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곰이 돌진했던 이곳은 인근에 상점, 신사, 우체국 등이 모여있는 도심 한복판이다. 곰이 건물 안에 들어와 머물렀다면,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요즘 일본은 말 그대로 '곰 비상'이다.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곰에게 습격받아 13명이 숨지고 230명이 다쳤다. 특히 7명이나 사망한 10월부터는 "뉴스만 틀었다 하면 곰 얘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2일 교토 기요미즈데라에서 공개한 2025년 올해의 한자도 '곰 웅(熊)'으로 올해 가격이 급등한 쌀과 미국을 모두 의미하는 '쌀 미(米)'를 제쳤다.
10일 이와테(岩手)현 모리오카(盛岡)시의 이와테교육회관에서 만난 관계자는 "이른 새벽 시간이라 자동문을 수동으로 전환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곰이 돌진했던 이곳은 인근에 상점, 신사, 우체국 등이 모여있는 도심 한복판이다. 곰이 건물 안에 들어와 머물렀다면,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와테현 모리오카시에서 찍어본 곰 출몰 지도. 정원석 특파원 |
요즘 일본은 말 그대로 '곰 비상'이다.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곰에게 습격받아 13명이 숨지고 230명이 다쳤다. 특히 7명이나 사망한 10월부터는 "뉴스만 틀었다 하면 곰 얘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2일 교토 기요미즈데라에서 공개한 2025년 올해의 한자도 '곰 웅(熊)'으로 올해 가격이 급등한 쌀과 미국을 모두 의미하는 '쌀 미(米)'를 제쳤다.
피해가 집중된 일본 북부 지역은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다. 무엇보다도 걱정하는 건 이와테교육회관 사례처럼 곰이 도심에 출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곰이 산지나 농가를 위주로 먹이를 찾아 내려오곤 했지만, 이제는 리조트나 도심 한복판까지 휘젓고 다니는 상황이다. 일본 북부 지역에선 휴교령을 내릴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에는 일본 나가노의 한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즐기던 남성의 뒤로 갑자기 튀어나온 곰이 카메라에 잡혔다. 곰은 이 남성을 공격하려는 듯 달려들다가 보드가 빠르게 지나가자 이를 뒤쫓으려는 아찔한 모습을 연출했다. 또, 지난달 25일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북쪽에서 곰 한 마리가 덫에 갇힌 채 발견됐는데, 무게는 380kg, 몸길이는 1.9m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의 일상도 달라지고 있다. 모리오카 시내에서 만난 타키우라(滝浦·소프트웨어 회사 대표)씨는 "직원들에게 야근을 시키지 않고 있다"며 "곰이 출몰하는 시간대가 주로 인적이 드문 밤이나 새벽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되도록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일찍 귀가하도록 권유하고, 소규모 망년회도 모두 취소했다고 한다.
실제로 해질 무렵 모리오카 시내의 한 공원에는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온 남성뿐이었다. 12월 초순에만 나흘 연속 곰이 출몰한 곳이다. 오타니(大谷) 씨는 "아이가 자꾸 나가고 싶어 해서 한 번씩 나오곤 있지만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라며 곰 출몰 경보가 뜨는 지도 앱을 보여주기도 했다. 공원 주변을 검색하자 화면엔 금새 '곰'으로 가득해졌다.
이와테교육회관도 곰이 출몰한 이후 자동문을 수동으로 전환했다. 이날도 이곳에 드나드는 이들은 거대한 유리문 사이에 손을 집어넣은 뒤 끌거나 당기고 있었다. 이 건물 뿐이 아니다. 곰 출몰이 잦은 일본 북부 아오모리(青森)현과 아키타(秋田)현 등에서도 많은 건물이 자동문을 폐쇄했다. 자동문을 유지하고 있는 건 손님 출입이 잦은 편의점 정도다.
곰이 출몰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벌채하는 곳도 늘었다. 피해를 최대한 줄여보려는 예방책이다. 나무와 수풀이 많으면 곰이 몸을 숨기기에 좋기 때문이다. 모리오카시는 시즈쿠이시가와(雫石川)강을 중심으로 양쪽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입구마다 '곰 주의' 표식과 진입 통제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곰이 산에서 강을 따라 도심으로 들어온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한편 이들 지자체에선 감나무도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곰을 끌어들이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서다. 최근 일본에선 곰의 주식인 도토리가 흉년이다보니, 감을 좋아하는 곰이 더욱 민가로 향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TV 뉴스에도 곰이 원숭이처럼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장면이 종종 나오고 있는데, TV아사히는 올해 민가에 출몰한 곰의 70% 가량이 감을 먹기 위해 내려온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피해가 컸던 이와테현과 아오모리현 곳곳에는 여전히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감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는 곰 퇴치에 유용한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대형 마트에선 곰 퇴치 용품 코너를 따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곰에게 직접 분사할 수 있는 스프레이는 이미 동이 난 경우도 있었다. 마트에서 만난 종업원은 "현재 품절 상태다. 재입고까지는 1주일 정도 걸릴 예정"이라며 "성함과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입고되는 대로 전화주겠다"고 말했다.
도쿄=정원석 특파원 ju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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