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I―프롤로그, 디오니소스’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의 ‘젤리피쉬’가 제6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았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명화)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하고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역대 가장 많은 심사위원 추천작 34편이 올랐다. 김명화 위원장은 “팬데믹 이후로 등장한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품들이 메시지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무대를 보는 재미는 물론 대사를 듣는 문학적인 재미도 더해졌다”며 “여기에 정극 중심의 작품이 함께 나타나 균형감을 이룬 한 해였다”고 총평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명화)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하고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역대 가장 많은 심사위원 추천작 34편이 올랐다. 김명화 위원장은 “팬데믹 이후로 등장한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품들이 메시지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무대를 보는 재미는 물론 대사를 듣는 문학적인 재미도 더해졌다”며 “여기에 정극 중심의 작품이 함께 나타나 균형감을 이룬 한 해였다”고 총평했다.
작품상과 연출상(윤한솔), 무대예술상(백지영)을 함께 받은 ‘안트로폴리스 I’은 테베 왕가의 건국과 탄생 과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와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들을 벌하고 파멸을 안기는 이야기 ‘디오니소스’로 구성됐다. 고대 그리스 고전을 인간의 관점으로 풀어낸 독일 원작의 현대적 각색에 더해 한국의 연출가가 한국의 사회적 상황을 촌철살인의 이미지로 담아낸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 “스케일이 큰 작품인데 여러 포커스를 활용해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박진감이 넘쳤다”, “백지영 분장디자이너는 신화와 현대를 부드럽게 공존시켰다”는 평이 나왔다.
또 다른 작품상 수상작인 ‘젤리피쉬’는 영국 작가 벤 웨더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가 사랑과 관계, 자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냈다. “관객들이 강요받기보다 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던 수작으로, 공존과 인간의 선함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며 연출과 배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공연제작센터의 ‘그리고 바다를 오르다’는 희곡상(권영준)과 연기상(박현미)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오랜만에 발견한 시극으로 정제된 언어로 사회의 아픔을 잘 반영했다”며 “나이 든 부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절절한 비극과 인간의 존엄을 일깨웠다”고 평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시극의 고양된 언어와 에너지를 상투적이지 않게 보여 줬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연기상 수상자 이종무 배우(‘굿피플’)는 “사건의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연기 포인트가 과하지 않으며 지식인의 속물적인 근성과 양심의 복잡한 양면을 잘 소화”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신인 연출상은 스토리 포레스트의 ‘아르카디아’(김연민 연출)에 돌아갔다. 톰 스토파드 원작의 과학 철학이 섞인 어려운 텍스트를 잘 소화하고 아르코 소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해 객석과 무대를 허문 점이 돋보였다. “카오스 이론에 기반해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연극 속에 관객이 있다는 연극의 기본 철학을 연출로 잘 소화해 냈다”는 평도 나왔다. 이 작품에 출연해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생의 아름다움과 유한함을 탐구하는 발렌타인 역을 맡은 권일 배우는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또 다른 유인촌신인연기상 수상자는 두산아트센터 ‘마른 여자들’의 정제이 배우다. “신인이지만 늘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인물”, “이번에도 주연은 아니나 거식증에 걸린 인물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개념연극상은 ‘아나그노시스 사포’를 만든 창작집단 푸른수염과 안정민 연출이 받았다. 주로 연극을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리기 전 이뤄졌던 ‘낭독극’을 ‘낭송극’으로 이름을 바꾸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가다.
특별상에는 배우 색자가 선정됐다. 퀴어 배우인 색자는 ‘DRAG X 남장신사’, ‘곡비’,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 등의 작품에서 “편견과 온갖 위험을 통과하며 배우와 연기에 대한 해묵은 정의를 무너뜨리는” 연기를 선보여 왔다. “배우가 자신을 올곧이 내어 놓을 때 연극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는 심사평이 나왔다.
수상은 못 했지만 극단 돌파구의 ‘아이들’, 극단 백수광부의 ‘다 내 아이들’, 어처구니 프로젝트의 ‘벚꽃동산’, 무브먼트 당당의 ‘모스크바 밀사 선택’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언급됐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현실 말고 연극에서, 비극을 느껴보시길”
‘안트로폴리스…’로 연출상 윤한솔 씨
“세상에 비극이 없으면 좋겠지만, 비극을 목격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극은 비교적 안전하게 그 비극을 목격하게끔 하는 장이 돼줄 수 있어요.”
국립극단 연극 ‘안트로폴리스 I ―프롤로그, 디오니소스’로 제6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윤한솔 연출가(53·사진)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연출한 ‘안트로폴리스…’는 “거친 듯 박진감 넘치는 촌철살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작품상까지 받아 3관왕을 차지한 작품. 윤 연출가는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작품이기에 더욱 고마운 상”이라며 “관객이 연극을 보는 동안엔 안온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건과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건국 과정과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자들을 벌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그렸다. 공연 초반 화려하고 우스꽝스럽던 분위기는 점차 고통과 광기로 추락한다. 윤 연출가는 “구원이나 용서를 전제하지 않은 ‘진짜 비극’이 오늘날 필요하다고 봤다”며 “나쁜 놈이 벌 받지 못해서 생기는 게 비극이라면, 그 비극을 무대에서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대형 스크린과 실시간 영상 등을 활용한 실험적 연출도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점을 한 군데로 모으기보다는 여러 곳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관객이 연극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게끔 했다. 윤 연출가는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관객마다 집중하는 부분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부 다르다”라며 “연극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야기가 벌어지는 방식과 태도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나는 기쁘다’로 연극 연출을 시작한 윤 연출가는 ‘활화산’, ‘엑스트라연대기’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한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현재는 극단 ‘그린피그’ 상임연출가다. 등장인물과 무대 미술 등에 곁들이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B급’ 정서는 그의 무기로 꼽힌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언정 작품이 감각적으로 다가가길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설교일 뿐이죠.”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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