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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日 성탄절에 치킨을 먹는 이유

조선일보 에노모토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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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놀러 온 한 한국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여러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치킨집을 거의 못 봤다. 내가 여기서 치킨집을 차리면 대박이 날 것 같다.” 실제로 일본에는 한국처럼 치킨 전문점이 많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KFC 정도다. 그렇다고 일본인이 닭고기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가라아게(닭튀김)를 자주 먹어서 그런지, 한국만큼 치킨집이 많지 않다. 그런 일본에도 1년에 딱 한 번, 유독 치킨이 많이 팔리는 날이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다.

일본에서 크리스마스에 치킨을 먹게 된 건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를 먹는 서구 문화와 관련이 있다. 1970년대 일본 KFC가 ‘크리스마스엔 치킨’이라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친 것이다. 일본에서는 칠면조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치킨으로 대체했다는 설명이었다. 기독교 인구 비율이 1% 남짓에 불과한 일본이지만,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필자의 부모님조차 “크리스마스니까 치킨을 먹어야겠다”고 하시는 걸 보면, 일본에 완전히 정착한 풍습이라고 볼 수 있다.

놀랍게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일본의 KFC 매장 앞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선다. 손님이 몰려서 매장 내 식사를 중단하고 포장 판매만 하는 곳도 적지 않다. 편의점과 대형 마트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치킨 특설 코너를 마련한다. 후라이드 치킨이나 로스트 치킨이 주요 메뉴로, 이때만큼은 가라아게보다 치킨이 더 잘 팔리는 듯하다.

일본인들은 사계절 내내 가리지 않고 치킨을 즐기는 한국인을 보고 놀라지만, 생각해 보면 ‘의식’처럼 크리스마스에만 치킨을 소비하는 일본 풍경도 흥미롭다.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지나자마자 치킨 판매량이 다시 급감한다. 종교적 의미보다는 계절과 분위기에 맞춰 명절 문화를 유연하게 즐기는 분위기 때문에 이런 식문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 올 연말, 크리스마스에 치킨을 선택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지 모른다.

[에노모토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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