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는 지난 3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이정효 광주FC 감독에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겨야 한단 여론이 강한데 일단은 빅클럽에서 '한 번은' 경험을 쌓고 가는 게 본인에게 더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광주 사령탑을 맡은 이 감독은 팀을 3년 연속 K리그1에 잔류시키고 코리아컵 준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행 등 지도자로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
상대적으로 재정과 인프라가 궁핍한 광주에서 빠르고 유동적인 포지셔닝과 줄기찬 공격 축구로 구단을 리그 역대 최고 성적(2023시즌 3위)으로 이끌기도 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과 더불어 K리그 대표 전술가로 꼽히는 차세대 지장(智將)이다.
덕분에 지난해 2월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 4강 탈락을 이유로 불명예 퇴진할 때 축구계 안팎으로 차기 사령탑 물망에 올랐다. 당시 광주 구단주인 강기정 광주시장이 "시민에게 레드카드를 받은 클린스만 감독을 능가하는 전술적 역량을 이 감독은 갖고 있다. 무명 선수를 데리고도 공격 축구의 재미와 성적을 두루 거머쥔 지도자"라며 어필한 글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그래야 대표팀을 (제대로) 콘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A대표팀은 이름값이 높은 선수가 정말 많다. 세계적인 명장과 호흡을 맞춘 선수도 많고. 그런 친구들을 데리고 (절실함이 큰 선수가 많은) 광주에서의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을까 우려가 되는 것"이라며 물음표를 띄웠다.
실제 광주는 유기적인 오프 더 볼 무브와 강한 압박을 90분 내내 유지하는 팀으로 선수단 체력 소모가 리그에서 가장 높은 구단으로 꼽힌다. 상대 센터백이 공을 쥐거나 좌우 풀백이 측면 빌드업을 시도할 때부터 1대1 압박에 들어가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천수는 "나는 광주 축구가 '많이 뛰는' 축구라 생각한다. 많이 뛴다는 건 어찌 보면 '간절함'이랑도 연관돼 있다. 그런데 만일 팀에 리오넬 메시가 한 명 있다 치자. 메시는 많이 안 뛴다. 활동량은 떨어지지만 기술적으로 뛰어난 (최고 레벨) 선수가 (광주보다 규모가 큰 곳엔) 반드시 있을 텐데 이 감독은 누구든 평등하게 많이 뛰기를 원한다. 그랬을 때의 '불화', 즉 광주보다 더 큰 규모의 팀을 맡게 되면 이 같은 충돌이 무조건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라 설명했다.
"대표팀은 실력 외적인 부문도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이 감독이) 조금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결국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문제다. 축구 감독은 선수를 '대하는' 직업이다. A대표팀 수장은 (국내 정상급 또는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관계까지도 다 소화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바꿔야 할 수도 있는 건데 이 감독이 이걸 할 수 있을지 작은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변성환 감독이 이끈 수원 삼성은 K리그2 2위에 그쳐 다이렉트 승격에 실패했다. 제주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선 충격의 2연패로 '승격 삼수생' 신분이 됐다.
수원은 명가 재건 중책을 맡을 적임자로 이 감독을 지목하고 K리그1, 2 합쳐 사령탑 최고 연봉과 광주 스태프 전원 계약, 선수 영입 전권 부여 등 파격 대우로 1975년생 전술가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광주에서 늘 빠듯한 구단 예산과 열악한 훈련장, 비시즌만 되면 타 구단에 '키운 선수'를 뺏기는 등 시민 구단에서 어려움을 절감해온 이 감독이 빅클럽에서는 어떤 색의 '정효볼'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없는 살림에서도 눈부신 성적 보따리를 안겨준 그가 탄탄한 지원을 등에 업을 경우 얼마만큼의 비약적인 퍼포먼스를 뽐낼 수 있을지 주목받는 것이다. 이천수 고언(苦言)대로 일단 빅클럽 사령탑 부임이 이뤄진 만큼 예의 군계일학 지도력을 이어 갈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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